수도권 최대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딜라이브(옛 씨앤앰)의 모회사인 국민유선방송투자(KCI)가 대출만기를 한 달 앞두고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졌다. 대주단 가운데 국민연금 등이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면서 17일까지인 대주단 의견조율 데드라인도 지키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2조2,000억원의 인수금융 만기 연장에 채권단이 합의하지 못할 경우 MBK(159910)와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펀드가 투자한 KCI의 금융부도는 불가피하며 21개 대주단의 손실도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딜라이브 인수금융이 디폴트될 경우 지난 2005년 설립돼 12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의 투자 신뢰성에도 금이 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EB하나은행·국민연금·새마을금고 등 딜라이브 대주단은 이번주 말 인수금융 만기 연장과 채무조정안에 대해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현재 채권단 중 국민연금과 KDB생명·KDB캐피탈 등이 만기 연장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합의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국민연금 등은 딜라이브의 재무구조 악화로 한도 확대는 물론 만기 연장에도 부정적이다. 대주단이 논의하는 협상안은 △인수금융 중 8,000억원을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출자 전환할 것 △만기 2년 연장 △4%대 금리 인하 등이다. 또 MBK파트너스와 맥쿼리 등이 감자를 통해 지분을 줄이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되고 있는 인수금융은 2012년 신한은행을 중심으로 한 차례 차환에 성공한 KCI 대출금 1조5,670억원과 딜라이브 자체 대출금 6,330억원 등 총 2조1,970억원이다. 오는 7월29일이 만기다. 업계에서는 딜라이브가 지나치게 늘어난 부채로 이자를 갚기도 버거운 상태라고 지적한다. 특히 IPTV를 앞세운 통신사업자들이 딜라이브의 주수익원인 유료 케이블방송 시장을 잠식하면서 매월 평균 2만명 이상의 가입자가 이탈하고 있어 영업이익으로 이자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딜라이브는 이자비용으로 2014년 626억원, 2015년 458억원을 지불했다.
업계에서는 딜라이브가 디폴트될 경우 PEF 업계에도 일정 부분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PEF가 인수한 회사가 디폴트된 사례는 보고펀드의 LG실트론, IMM PE·미래에셋PE·하나금융투자PE의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등이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수금융 규모로 따졌을 때 LG실트론(2,200억원), DICC(1,300억원)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다”며 “채권단의 피해는 대형 인수합병(M&A)의 인수금융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07년 MBK와 맥쿼리는 자기자본 9,000억원과 인수금융 1조4,000억원으로 딜라이브를 인수했다. MBK와 맥쿼리는 딜라이브의 이익과 대출을 활용해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이자를 갚아왔다. 이들은 2012년 금융권 부채 만기가 돌아오자 대출 규모를 2조1,970억원까지 늘린 뒤 만기를 4년간 연장했다. 하지만 차환 이후 딜라이브의 실적은 악화됐고 차입금 상환을 위해 추진했던 매각도 연이어 실패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