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언론기사나 기업보고서를 보고 집값·주가·환율 등 각종 시장가격을 예측하고 이를 다시 보고서나 기사로 작성할 수 있도록 하는 인공지능(AI)이 국내 최초로 탄생했다.
19일 미래창조과학부 등에 따르면 최재식(사진)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최근 이 같은 기능의 인공지능을 개발해 이르면 이달 중 학술행사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최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것은 과거의 가격 수치 데이터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신문기사 등으로 나오는 정보, (증권사·기업 등의) 보고서를 인공지능이 읽고 미래의 가격을 예측한 뒤 이를 영문 보고서로 자동으로 작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한글 보고서까지 쓸 수 있는 인공지능도 내년 중에는 개발할 것이고 더 발전하면 보고서뿐 아니라 기사를 작성할 수도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에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영국 케임브리지대가 주가예측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공동 개발해 세간을 놀라게 했다. 이 같은 기존 인공지능은 주로 과거의 가격 등 수치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이 보유한 주식 가격이 변화할 때 내 주식 가격은 어떻게 바뀌는지 상관관계를 분석, 미래 가격을 예측하는 방식으로 작동해 정확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반면 최 교수가 개발한 인공지능은 여러 가지 정보와 명령을 컴퓨터가 동시에 처리하고 배우도록 하는 ‘다중학습커널’이라는 기법을 활용해 개발됐다. 이 기법을 이용하면 단순한 가격 추이 정보 이외에도 문장 등 다양한 형태의 자료를 여러 출처로부터 동시에 입력 받아 분석할 수 있다. 최 교수는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나 부동산에 대해 차입이 많다는 등의 기사·보고서 내용이 뜨면 이를 바탕으로 해당 자산의 가격 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며 “기존의 인공지능들보다 정확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최 박사의 인공지능은 MIT·케임브리지대의 인공지능보다 주가 예측 오류 확률이 40%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개발한 인공지능의 상용화 방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최 박사는 기술을 민간 등에 이전하거나 직접 창업할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으나 일단은 학자로서 본연에 맞게 당분간은 기술 연구개발에 정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인공지능 관련 학회에 이사 등으로 등록된 분은 70여분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일본은 이보다 2~3배 연구개발자가 많고 로봇 연구자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한국보다 연구인력이 많을 것”이라며 “물론 우리나라도 머신비전(기계로 사물을 보고 인식하는 기술), 머신러닝(인공지능 학습의 한 종류) 등 특정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인들이 많지만 미국·중국·일본에 비하면 전반적인 개발 인력과 인프라는 부족하다”고 정책적 지원을 당부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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