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의 대(對)영국 수출은 전체의 1.6%(지난 5월 말 기준)에 그친다. 이 때문에 충격이 있더라도 단기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브렉시트로 유럽 전반이 혼란에 빠져 대유럽 수출에 악영향이 빚어질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유럽은 우리 수출의 12.5%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브렉시트가 영국과 EU의 실질 경제성장률 하락을 유인하고 이것이 원인이 돼 중국 등 신흥시장의 경기부진을 심화시킬 가능성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의 중간재 수출 등에도 타격이 불가피해 당초 전망보다 브렉시트의 그늘이 더 클 수 있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브렉시트로 내년까지 EU의 실질 경제성장률이 0.5~2.0%포인트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는 상황”이라며 “그 여파로 가뜩이나 자금유출을 겪을 신흥시장의 어려움이 커지게 되면 이 지역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도 한파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유럽 내 금융부실 리스크가 잠재돼 있던 국가들이 브렉시트를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유럽 혼란이 가중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영국의 실제 EU 탈퇴까지 주어지는 2년의 유예기간 동안 영국과 새로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2011년 발효된 한·EU FTA와는 다른 한·영 FTA 협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본부장은 “영국의 관세 체계가 EU의 전신인 1967년 유럽공동체(EC) 때부터 형성돼온 만큼 새로 양자 FTA 협상에 나서더라도 관세 체계를 일거에 바꾸기는 무리”라며 “EU 탈퇴와는 별개로 기존의 관세 체계를 최대한 수용하는 선에서 다른 국가와의 FTA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영국이 앞으로 통상 협상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는 지가 그만큼 중요하다”며 “EU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캐나다 등 다른 국가와 FTA를 체결한 만큼 영국은 많은 나라들과 새로 통상 협상에 나서야 하고 기존의 EU 국가와도 새롭게 무역 질서를 설정해야 하는 만큼 전면적 개편 비용이 너무 크다”고 설명했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리스본 협약에 따라 유예기간에는 현재의 단일시장체제, 제3국과의 특혜무역협정이 그대로 적용된다”며 “이 기간에 통상 협상 등을 통해 혼란을 최소화하도록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실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후 긴급 실물경제 점검회의를 가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의 영국 경제 의존도가 높지 않고 주력 수출품목도 현지화가 잘된 자동차와 기계 쪽이라 파장이 걱정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세종=이상훈·박홍용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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