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화웨이에 맞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화웨이가 삼성과 상호 특허협력(크로스 라이선스)에 더 관심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소송 규모가 “조 단위까지 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두 회사를 통해 400여명의 소송인력과 수천억원의 재판비용을 썼던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이 다시 한 번 재연될 수 있는 셈이다.
글로벌 특허전쟁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제조업과 정보기술(IT) 산업 간 융합이 진행되고 후발주자였던 중국 업체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면서 기술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특허괴물’의 공격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크로스 라이선스와 인수합병(M&A)을 통해 특허 방어막을 더 높게 쌓고 연구개발(R&D)에 더 많은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중국 기업은 글로벌 특허전쟁을 부추기고 있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화웨이의 지난해 국제 특허출원 수는 3,898건으로 퀄컴(2위)과 ZTE(3위)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지난해 화웨이의 R&D 비용은 92억달러(약 10조9,200억원)로 애플(81억달러)을 앞섰다. 샤오미도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의 특허 1,500개가량을 사들였다. 삼성전자도 맞불을 놓고 있다. 지난해에만 2만3,385건의 특허를 냈고 이 중 5,000여건을 미국에서 등록했다. 2006년부터 IBM에 이어 10년 연속 2위다.
애플과 삼성 간의 소송에서 드러났듯 특허분쟁은 소송에서 이기거나 뒤에 서로 합의하더라도 막대한 소송비용이 들고 인력을 포함해 업무 역량을 재판에 빼앗긴다.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기업 이미지가 떨어지고 거액의 배상비용을 물어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허괴물’의 소송은 기업에 골칫거리다. 이는 국내 기업도 예외가 아닌데 2010년 58건이었던 ‘특허괴물’의 국내 기업 소송 건수는 2014년 244건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최근에는 자동차와 IT의 융합으로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 같은 제조업체에도 소송이 증가하는 추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화하면서 경쟁기업이나 ‘특허괴물’의 타깃이 되고 있다”며 “특허소송은 재판에서 100% 이기지 못하더라도 상대방을 견제하고 괴롭힐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선제적인 특허동맹이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일부 후발주자나 ‘특허괴물’은 쇠락한 기업의 특허를 사들여 우리 기업을 공격하는 일이 적지 않아 특허확보를 위한 M&A나 기술매입도 꾸준히 신경 써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지난해 국내 기업에 가장 많은 소송을 제기한 셀룰러커뮤니케이션스이큅먼트만 해도 지난 2014년 샤프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또 노키아 솔루션스앤네트웍스사에서 양도 받은 특허를 소송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기업에 특허소송을 제기했던 DSS테크놀로지매니지먼트도 동부전자 등에서 특허를 양도 받았다. 그만큼 기존 기업과의 특허동맹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최근 닛산과 도요타도 특허공유를 위한 단체인 ‘LOT 네트워크(License on Transfer Network)’와 ‘OIN(Open Innovation Network)’에 가입했다. 스마트카 시대가 다가오면서 거세진 ‘특허괴물’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한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말 자동차 업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OIN의 회원사가 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구글·시스코 등과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고 있고 LG도 구글과 특허를 공유하고 있다”며 “손실을 따져야겠지만 특허공유를 늘리는 것이 특허소송을 방어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