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적극적인 창업 육성정책에 발맞춰 대학들이 자체 창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다양한 창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대학에서 배출되는 고급인력들을 취업시장이 아닌 창업시장으로 끌어들여 정체된 산업현장의 역동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것. 특히 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 등 명문 사립대가 밀집한 신촌을 중심으로 창업 보육과 투자를 병행한 ‘트라이앵글 창업 밸리’가 자연스럽게 구축되며 청년 창업의 산실로 떠오르고 있다.
신촌 ‘창업’ 바람의 선두주자는 연세대다. 지난 1998년부터 학생 창업 사업을 시작한 연세대는 ‘질(quality)’에 초점을 맞춘 창업보육 정책에 올인하고 있다. 올해 초 연세대 보육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화에 성공한 동대문 쇼핑 애플리케이션 업체인 ‘동동’의 이형노 대표는 대학 측이 연결해준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협력사를 소개 받은 것은 물론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1억5,000만원의 투자까지 유치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미래 먹거리가 될 베트남 시장에서 이렇게 빨리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학교 측이 지원해준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동동처럼 갓 설립된 스타트업이 해외 진출의 교두보까지 마련한 데는 연세대의 체계적인 창업 시스템과 오랜 노하우가 결정적인 보탬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 학교는 창업 관련 수업이나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거나 실제 창업을 할 때마다 점수를 부여해 최고 등급이 되면 원하는 아이템으로 해외 파트너와 사업할 수 있는 ‘창업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학교의 한 관계자는 “창업의 수준과 성공률 자체를 끌어올리는 ‘질적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어 실제 창업에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다른 학교에 비해 월등히 많다”고 소개했다.
지역 상권과의 상생을 ‘창업보육’의 목표로 삼은 대학도 있다. 한때 공실률이 70%가 넘었던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2-11’ 지역의 상권을 살리기 위해 지난 2월 이화여대 정문 앞에 문을 연 ‘이화 스타트업 52번가’가 그 주인공. 공모 당시 33개 팀이 신청해 현재 이화여대 재학생 중 6개 팀이 4개 점포에 입주해 있다. 이화 스타트업 52번가에 입주한 스타트업에 대해 학교 측이 보증금이나 월세를 내주고 이들 스타트업은 소액의 관리비와 월 소득의 5%를 학교발전기금으로 내는 방식이다. 이곳에서 레이저 커팅기를 이용한 얼굴도장을 판매하고 있는 ‘마법당’의 백소연 팀장은 “주된 타깃 층인 젊은 여성층을 포함한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사업장이 자리 잡아 매출을 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올해 첫선을 보인 창업휴학이나 ‘도전학기제’라 불리는 자기주도형 학기제 역시 이화여대 창업 붐을 일으키고 있다.
후발주자인 서강대는 공격적인 창업 지원으로 저변을 넓히는 전략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산업현장에 흩어진 동문과의 유기적인 산학협력 구축. 외국 관광객을 주 타깃으로 택시요금 신뢰성을 높인 벤처기업인 ‘택시바우쳐’는 동문이 하는 택시회사와 제휴를 맺어 성황리에 영업 중이다.
이원석 택시바우쳐 대표는 “초창기 사업을 시작하면서 학교에서 지원금을 받아 큰 힘이 됐는데 동문 선배와 구체적으로 사업까지 진행하게 돼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해마다 7개 창업 선도 동아리를 선발해 최대 800만원의 창업자금을 지원하고 전담 멘토에게 집중 코칭을 받는 창업 멘토링 프로그램과 창업교육을 병행하는 것도 서강대에서 중점적으로 실시하는 창업 지원사업이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구축된 신촌 트라이앵글 창업 밸리에 대해 연세대 창업센터장 손홍규 교수는 “사회적으로는 취업난, 경제적으로는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을 중심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드는 의미있는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①올해 초 연세대에서 창업 보육을 받은 동대문 쇼핑 앱업체 ‘동동’은 베트남 현지 배송업체 ‘Giao Hang Nhanh’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②이화 스타트업 52번가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2-11길 전경.
③서강대 베르크만스 우정원 7층 ‘사다리랩(Lab)’에 위치한 스타트업 ‘택시바우쳐’의 사무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