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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트라이앵글 창업 밸리’가 뜬다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등 신촌 명문 사립대 중심으로 창업 바람 거세

저마다 색다른 특색과 아이템으로 청년 창업 열풍에 한 몫

정부의 적극적인 창업 육성 정책에 발맞춰 대학들이 자체 창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다양한 창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대학에서 배출되는 고급 인력들을 취업 시장이 아닌 창업 시장으로 끌어들여 정체된 산업 현장의 역동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것. 특히 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 등 명문 사립대가 밀집한 신촌을 중심으로 창업 보육과 투자를 병행한 ‘트라이앵글 창업 밸리’가 자연스럽게 구축되며 청년 창업의 산실로 떠오르고 있다. 저마다 색다른 특색과 아이템으로 창업 바람을 불러 일으키며 대한민국 청년 창업 열풍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 축적된 노하우로 질 높은 창업 일구는 ‘전통의 강자’ 연세대

①올해 초 연세대에서 창업 보육을 받은 동대문 쇼핑 앱업체 ‘동동’은 베트남 현지 배송업체 ‘Giao Hang Nhanh’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②이화 스타트업 52번가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2-11길 전경. ③서강대 베르크만스 우정원 7층 ‘사다리랩(Lab)’에 위치한 스타트업 ‘택시바우쳐’의 사무실.




신촌 ‘창업’ 바람의 선두주자는 연세대다. 지난 1998년부터 학생 창업 사업을 시작한 연세대는 ‘질(quality)’에 초점을 맞춘 창업보육 정책에 올인하고 있다. 올해 초 연세대 보육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화에 성공한 동대문 쇼핑 애플리케이션 업체인 ‘동동’의 이형노 대표는 대학 측이 연결해준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협력사를 소개 받은 것은 물론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1억5,000만원의 투자까지 유치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미래 먹거리가 될 베트남 시장에서 이렇게 빨리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학교 측이 지원해준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동동처럼 갓 설립된 스타트업이 해외 진출의 교두보까지 마련한 데는 연세대의 체계적인 창업 시스템과 오랜 노하우가 결정적인 보탬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 학교는 창업 관련 수업이나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거나 실제 창업을 할 때마다 점수를 부여해 최고 등급이 되면 원하는 아이템으로 해외 파트너와 사업할 수 있는 ‘창업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창업 관련 수업의 경우, 연세대 창업 지원단이 외부 강사를 모집해 강의하는 과목만 20여개로 대부분 수강 신청이 시작되자마자 정원이 찰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최세훈 카카오 CFO가 교수로 나서 창업하는 과정을 강의를 진행하는 등 필드에서 뛰는 경영진들을 대거 투입해 만족도도 대폭 높였다. 학교의 한 관계자는 “창업의 수준과 성공률 자체를 끌어올리는 ‘질적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어 실제 창업에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다른 학교에 비해 월등히 많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 경영학과에서 개설한 창업 교육을 통해 창업에 뛰어든 사회학과 4학년 송명훈(23) 씨는 “실제 창업 과정에 맞게 팀 프로젝트 형태로 진행되는 수업 덕분에 창업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며 “수업에서 창업으로 이어지는 ‘어려운’ 과정을 학교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메꿔주면서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연대는 특히 학생 창업가들이 주로 겪는 창업 단계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체적으로 법적 보호 장치와 인력 채용, 시장 개척 등을 보완하기 위해 주요 법무법인이나 강소기업들과 MOU를 체결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지원하는 것이다.

▲ 지역 공동체와 상생 꾀하는 ‘남다른 창업 밸리’ 이화여대

지역 상권과의 상생을 ‘창업보육’의 목표로 삼은 대학도 있다. 한때 공실률이 70%가 넘었던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2-11’ 지역의 상권을 살리기 위해 지난 2월 이화여대 정문 앞에 문을 연 ‘이화 스타트업 52번가’가 그 주인공. 공모 당시 33개 팀이 신청해 현재 이화여대 재학생 중 6개 팀이 4개 점포에 입주해 있다. 이화 스타트업 52번가에 입주한 스타트업에 대해 학교 측이 보증금이나 월세를 내주고 이들 스타트업은 소액의 관리비와 월 소득의 5%를 학교발전기금으로 내는 방식이다. 이곳에서 레이저 커팅기를 이용한 얼굴도장을 판매하고 있는 ‘마법당’의 백소연 팀장은 “주된 타깃 층인 젊은 여성층을 포함한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사업장이 자리 잡아 매출을 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올해 첫선을 보인 창업휴학이나 ‘도전학기제’라 불리는 자기주도형 학기제 역시 이화여대 창업 붐을 일으키고 있다. 이대의 경우 특별한 목적이 없이 최대 3학기까지 휴학할 수 있지만, 실제 창업에는 준비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 4학기까지 창업 휴학 기간을 설정해 기존의 휴학 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창업 휴학 제도를 신설했다. 또한 창업을 위한 활동이 구체적으로 인정되면 최대 9학점까지 학점을 인정해주고 뛰어난 아이디어나 제품에 대해서는 별도의 장학금 형태의 지원금까지 부여하는 ‘도전학기제’를 마련했다.

패션거리에서 스타트업의 산실로 확 달라진 52번가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화여대 정문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정희(48)씨는 “이대 앞 상권이 전반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은데, 학교와 젊은 창업가들이 합심해 지역에 생기를 불어 넣은 만큼 이 지역 상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재학 중인 김주현(25)씨는 “여대 앞이라는 특성에 맞게 액세서리 전문점이나 패션 관련 스타트업이 많이 들어서 있어 자주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학생들의 창업에 학교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배려한 결과물”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학생 창업가들을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 및 투자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 동문의 유기적 관계 극대화하는 신촌 창업 밸리의 ‘신흥 강자’ 서강대

후발주자인 서강대는 공격적인 창업 지원으로 저변을 넓히는 전략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산업현장에 흩어진 동문과의 유기적인 산학협력 구축. 외국 관광객을 주 타깃으로 택시요금 신뢰성을 높인 벤처기업인 ‘택시바우쳐’는 동문이 하는 택시회사와 제휴를 맺어 성황리에 영업 중이다.

이원석 택시바우쳐 대표는 “초창기 사업을 시작하면서 학교에서 지원금을 받아 큰 힘이 됐는데 동문 선배와 구체적으로 사업까지 진행하게 돼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처럼 스타트업을 먼저 시작해 성공을 일군 동문 선배의 보살핌은 서강대 ‘창업 밸리’가 갖는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온라인게임 ‘크로스파이어’로 세계 FPS(First-person shooter, 1인칭 슈팅 게임)시장을 석권한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대표는 서강대와 사당역에 ‘오렌지팜’이란 학생 창업 보육 센터를 열었다.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해 육성하고 강소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투자까지 유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스타트업 후배들을 지원하고 있다.

해마다 7개 창업 선도 동아리를 선발해 최대 800만원의 창업자금을 지원하고 전담 멘토에게 집중 코칭을 받는 창업 멘토링 프로그램과 창업교육을 병행하는 것도 서강대에서 중점적으로 실시하는 창업 지원사업이다.

구체적으로 창업 인큐베이팅 시스템은 ‘사다리랩(Lab)’과 ‘불펜’ 등 2단계로 나눠 이뤄진다. ‘사다리랩’을 통해 창업 준비를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사무실 임대료 같은 추가적인 비용 없이 안정적인 창업 준비를 할 수 있다. 사다리랩에서 키운 아이디어는 ‘불펜’을 매개로 산학협력이 가능해 상품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서강대 오픈이노베이션센터 유상근 과장은 “지금은 7개 팀 중 1개 팀만 학생 창업 팀이지만 뛰어난 아이디어와 사업 유망성만 있다면 장기적인 관점으로 그 규모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구축된 신촌 트라이앵글 창업 밸리에 대해 연세대 창업센터장 손홍규 교수는 “사회적으로는 취업난, 경제적으로는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을 중심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드는 의미 있는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영상=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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