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기업이 한계상태에 접어든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투자하는 ‘가치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재무상황을 철저히 분석해야 합니다.”
박원정(35) 키움투자자산운용 펀드매니저가 밝힌 자신만의 가치주펀드 운용 철학이다. 박 매니저는 “저성장·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저평가된 기업들이 구조적 쇠퇴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정말 주가가 저평가된 것인지, 아니면 한계에 도달한 것인지를 가려내려면 재무구조와 현금흐름을 함께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매니저는 지난 2014년 4월부터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주가가 낮게 평가된 주식에 투자하는 가치주펀드 ‘키움장기코어밸류’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이 펀드의 6개월 평균 수익률은 3.37%, 연초 수익률은 1.57%다. 사실 눈에 띄는 수익률은 아니다. 하지만 시장의 흐름에 따라 수익률이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실제 펀드의 수익률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느냐를 나타내는 지표인 표준편차는 전체 주식형펀드(최근 1년 기준)들 중 상위 8%에 올라 있다. 박 매니저는 “밸류에이션 분석을 기본으로 재무현황을 따져본 후 연구개발과 투자를 꾸준히 해 잠재 성장성을 갖춘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며 “그 결과 다른 가치주펀드들에 비해 수익률 변동성이 크지 않았고 이런 투자전략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박 매니저가 가치투자 전략에 재무·성장성 평가를 더할 수 있었던 것은 퀀트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쌓아온 경험 덕분이다. 펀드매니저로 데뷔하기 전 몸담았던 정량적 기업분석이 투자전략에 도움이 된 것이다. 그는 “그동안의 퀀트분석 경험을 통해 현금흐름이 우수하고 재무구조가 건전한 기업들은 새로운 투자를 할 여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꾸준히 재투자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기본적으로 본업에 충실한 기업들이 잠재 성장성도 높았다”고 말했다.
박 매니저가 올 하반기에 관심을 갖고 있는 투자대상은 자동차 등 수출 중심 대기업이다. 경쟁자인 일본 기업들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후 이어지고 있는 엔화 강세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브렉시트로 인해 소비가 위축될 수는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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