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양국이 8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국내 배치를 결정하며 화장품·카지노 등 대중국 소비주들은 급락한 반면 방산주들은 오랜만에 강세를 나타냈다. 사드 배치가 한중 간의 관계를 악화시키며 경제교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사드 배치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해온 중국 정부가 관광산업 제한 등 비관세장벽으로 우리 정부를 압박해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생활건강(051900)은 전일보다 4.49% 하락한 112만8,000원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은 전일 대중국 수출 확대 기대감에 시가총액 10위(우선주 제외)에 진입했지만 하루 만에 12위로 밀렸다. 중국은 물론 중화권 지역에 ‘설화수’ 열풍을 일으켰던 아모레퍼시픽(090430)도 사드 배치에 직격탄을 맞으며 4.42% 하락했다. 이 밖에 코스맥스(-5.54%), 한국콜마(-5.19%), 한국화장품제
조(-3.07%) 등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화장품주들이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다.
사드 배치는 유커(중국인 관광객) 유입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로 여행·면세점·카지노주를 하락세로 이끌었다. 외국인 카지노 세븐럭을 운영하고 있는 GKL(114090)이 6.17% 하락하며 2만5,850원을 기록했고 파라다이스(034230)도 5.14% 떨어졌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던 여행주들은 이번에는 사드 충격에 휩싸였다. 하나투어(039130)·모두투어(080160)가 각각 3.5%, 1.05% 하락했다.
이에 반해 방위산업 관련주는 사드 배치 결정 소식에 급등세를 보였다. 무선통신장비업체인 빅텍(065450)이 25.19% 상승한 것을 비롯해 스페코(11.11%), 휴니드(005870)(4.69%), 퍼스텍(3.43%), LIG넥스원(1.27%). 한화테크윈(0.38%) 등도 오름세를 기록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사드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고려한다면 한국과 같은 주요 무역 상대국과 마찰을 일으키기는 쉽지 않다”며 “지난 10여년간 중국의 대외 외교분쟁 시 무역 보복이 있기는 했지만 실효성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대중국 화장품 수출주는 중국과 정치적인 관계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며 “주요 화장품 종목들의 하락은 심리적인 영향이 크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반도의 사드 배치가 중국의 국익(안보)과 직접 연결된다고 판단하는 중국 입장에서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은 2012년 일본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희소자원인 희토류의 대일본 수출을 전면 중단했고 앞서 2010년에는 중국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을 줬다는 이유로 노르웨이 연어 수입을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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