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식 전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부사장이 올해 초 중국 2위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인 차이나스타(CSOT)의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과거 중국 업체로 이직했던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인재들이 CEO 자리에까지 올라 한국 기업을 추격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 전 부사장은 올해 초 중국 TCL그룹의 자회사인 CSOT의 총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김 대표는 LG디스플레이에서 패널 5공장장을 지냈으며 지난 2003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생산기술센터장, 정보기술(IT) 사업부장 등을 역임하다 2007년 퇴사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까지 CSOT에서 사장 직급으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 올 들어 CEO로 임명됐다.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에서 손꼽히는 기술자였던 만큼 중국 업체가 시행착오를 줄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CSOT에는 제조·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인 임원이 상당수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SOT는 중국 최대 TV 업체인 TCL그룹의 자회사로 지난해 약 2조800억원(120억위안)의 매출을 올렸다. 2009년 11월 TCL그룹과 중국 선전시 정부가 공동 출자해 설립했으며 지난해 4·4분기 TV용 LCD 패널 출하량에서 대만 AUO를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5위권에 진입했다. 최근 중국 선전에 세계 최대 규모의 11세대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라인 건설에 착수, 오는 2018년께 양산할 계획이다.
CSOT는 최근 삼성전자와 협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리윈펑 CSOT 회장이 이달 초 방한해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삼성디스플레이 대표 겸임)을 면담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40인치 LCD 패널을 생산하는 7세대 1라인을 연내 가동 중단하고 해당 설비를 CSOT에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한 관계자는 “CSOT가 한국인을 CEO에 임명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아직까지는 기술력에서 앞서고 있는 한국 업체들의 노하우를 활용하면서 동시에 우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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