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은 각각 개성을 갖고 있다. 오너나 최고경영자(CEO)의 성향에 따라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LG그룹은 ‘문화공연’과 ‘예술’을 활용한 마케팅을 많이 하는 곳으로 꼽힌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구본무 회장의 의중을 반영해 브랜드 가치와 제품의 감성을 개선하는 데 큰 효과를 보고 있다.
구 회장의 문화예술 사랑은 유명하다. LG그룹은 지난 2000년부터 아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구 회장은 “기업은 문화와 예술 공연을 소비자에게 적극 소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문화예술 교류를 통해 국가 간의 관계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지론을 자주 이야기한다. 지난해 11월30일 LG아트센터에서 개최한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 재즈 콘서트’에도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LG그룹의 문화 마케팅은 최근 들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대량으로 제품을 만들어 판매를 늘리고 수익을 올리던 과거와 달리 ‘1%의 남다른 감성’이 녹아든 프리미엄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초프리미엄제품 ‘LG 시그니처’가 대표적이다. TV·냉장고·세탁기·공기청정기 가격의 합이 2,500만원에 달하는 등 고가다. 주 구입 고객이 공연과 예술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서 TV 광고는 물론 공연 예술 이벤트를 진행해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혁신적 안무가 매슈 본이 참여한 댄스 뮤지컬 ‘잠자는 숲 속의 미녀’와 연계한 체험 행사를 진행했다. 아시아 최초 공연으로 LG 시그니처 VIP 고객 200명을 초청했다. 별도의 체험 부스도 마련해 실제 판매로 이어졌다. 5월에는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과 함께한 LG 시그니처 화보를 공개했다. 체코의 ‘프라하 스프링 인터내셔널 뮤직 페스티벌’에서도 유럽의 프리미엄 고객들에게 LG 시그니처를 소개했다. 문화 마케팅이 통하며 LG시그니처는 당초 목표보다 2배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입점 매장도 계획보다 25% 이상 늘어난 200개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LG하우시스는 벽지 등 건자재 시장에서 문화 마케팅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적 디자이너와 협업한 인조 대리석 제품 루시아 등 3종은 평균 대비 2.7배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중동 시장 공략을 위해 네덜란드 디자이너 마르셀 반더스와 함께 작업한 벽지도 인기를 끌면서 올해 1·4분기 중동 지역 벽지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배 이상 성장했다. 알렉산드로 멘디니, 스테파노 지오반노니, 카림 라시드, 베라 왕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함께 인조대리석·벽지·바닥재 등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클래식·뮤지컬·미술전시 등 공연 예술을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U+TV 아트&클래식’ VOD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발레리나 김주원, 음악 평론가 장일범 등의 추천을 받은 콘텐츠들이다. LG유플러스의 올해 상반기 VOD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