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전북 익산역에서 차로 10분여를 달려 도착한 윤모씨의 토마토 농장. 때마침 윤씨는 이날 익산원예농협이 보낸 1.4톤 트럭에 수확한 토마토를 싣느라 분주했다. 토마토는 곧장 농협 산지유통센터(APC)로 보내졌다. 윤씨가 이런 식으로 APC에 납품하는 규모는 연간 총 60톤. 이 토마토는 APC에서 하나로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와 일본 등지로 보내져 판매된다. 윤씨는 “농협에 납품만 하면 농협이 알아서 차로 물건을 실어가 판매까지 해줘 편하다”며 “농번기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우리 입장에서는 제품에만 신경 쓰면 된다”고 말했다.
윤씨 사례는 ‘농협 주도 순회수집’이 갖는 장점을 잘 보여준다. 순회수집은 말 그대로 농협이 보유차량이든 아니면 운송회사 차량을 통해서든 직접 농가를 돌며 농산물을 수집하는 것을 말한다. 농협에서 차량 알선만 해주고 농가에서 희망하는 거래처(주로 도매시장)로 곧장 보내는 ‘농가 주도 순회수집’과 달리 농협 주도 순회수집은 ‘농가는 납품, 농협은 농산물의 APC 이송·등급판정·판매’ 등으로 역할 구분이 돼 있다. 한마디로 농협의 판매 계획에 따라 농가는 생산만 하면 되는 구조가 바로 농협 주도 순회수집이다. 농가 입장에서는 안정적 납품이 가능하고 상품 관리에 공을 들일 시간을 벌어 수익에도 도움이 된다. 농협도 안정적 물량 확보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어 농가와 농협 모두 윈윈할 수 있다.
전국 980여 조합 중 288개 농협이 순회수집을 하고 있는데 이 중 농협 주도 순회수집은 약 절반인 150개 정도다. 참여농가는 총 6만8,900여명, 평균 출하액은 1,200만원 수준이다. 아무래도 대형 거래처를 뚫어야 하는 만큼 APC를 중심으로 농협 주도 순회수집이 발전하고 있다. 지난해 농협의 순회수집 실적은 8,094억원(45만톤)으로 농협 취급액의 8%에 이른다.
윤씨의 토마토가 들어간 익산원예농협은 전국에서 농협 주도 순회수집이 잘 운영되고 있는 곳으로 손꼽힌다. 익산원예농협이 보유한 차량만도 △1.4톤과 5톤 각각 2대 △2.5톤 1대 등 총 5대에 이른다. 익산원예농헙의 연간 매출(250억원, 지난해 기준) 중 순회수집 관련 매출은 65억원. 이 가운데 17억원 정도가 대만·인도네시아·일본·캐나다 등 해외로 나간다. 김승규 익산원예농협 APC 과장은 “익산 농가는 물론 충남 강경 등지에서 토마토·멜론·배·수박 등을 수집하고 있다”며 “농촌의 고령화 심화로 일손 부족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 순회수집의 중요성도 더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중앙회도 농협 주도 순회수집 지원에 적극적이다. 6월에는 순회수집 활성화를 위해 차량 100대를 추가 배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병원 농협회장은 “농협 주도 순회수집은 우리 농업과 농촌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농협 의지를 보여주는 사업”이라며 “농업인의 실익 증진과 농협 경제사업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산=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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