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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듯 다른' 토종 패션라이벌 세정-형지

자수성가형 오너-딸들의 2세경영

비슷하지만 성장전략은 확연히 달라

영남 태생 박순호·최병오 회장 여전히 현장 누벼

세정 박이라 부사장 승진-형지I&C는 최혜원 체제로

형지, 공격적 M&A·라이선스로 몸집 키우고

세정은 센터폴 등 자체 브랜드 육성, 내실 다져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토종 패션기업으로 손꼽히는 세정그룹과 패션그룹형지가 최근 비슷한 시기에 딸들을 내세워 2세 경영을 본격화하면서 두 회사의 오랜 ‘인연’이 다시 한 번 조명받고 있다. 양사 모두 창업주가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해 경쟁을 거듭하며 함께 성장해 온 관계이기 때문이다.

2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업계의 오랜 맞수인 박순호(70) 세정그룹 회장과 최병오(63) 패션그룹형지 회장은 다양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먼저 박 회장은 마산, 최 회장은 부산 출신으로 모두 영남 지역 출신이다. 세정그룹은 서울에도 사옥이 있지만, 여전히 본사는 부산에 둘 만큼 지역색을 유지하고 있다. 패션그룹형지는 본사는 서울이지만 서울을 제외한 지역을 진두지휘하는 지역총괄본부가 부산이다. 무엇보다 박 회장과 최 회장은 모두 작은 브랜드에서 시작해 중견 기업을 일궈낸 자수성가형 오너라는 공통점이 있다. 박 회장은 1974년 ‘동춘 섬유공업사’ 설립을 시작으로 남성복 ‘인디안’을 통해 사업을 키워왔다. 최 회장은 1982년 서울 광장시장에서 ‘크라운’이라는 여성용 바지 도매상에서 시작해 ‘크로커다일레이디’를 론칭하면서 사세를 확장했다.

직접 사업을 시작하고 키워온 개척자들답게 두 사람은 여전히 현장 경영을 중시한다. 박 회장은 지금도 세정에서 출시되는 모든 브랜드의 신제품 품평회에 참여해 의견을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직도 틈만 나면 전국의 주요 매장을 방문한다. 최 회장 역시 주말마다 매장을 ‘암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악연도 있었다. 2008년 형지가 자사의 여성복 브랜드 올리비아하슬러 상표를 세정의 올리비아로렌이 베꼈다고 소송한 것. 소송은 형지의 패소로 끝났지만, 이후 세정이 간판 색깔이 보라색으로 비슷하다며 형지측에 소송을 걸며 법적 다툼을 이어오다 2012년에야 화해했다.

이들의 인연은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딸들을 통한 2세 경영으로까지 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일 세정은 박 회장의 셋째딸인 박이라(38) 상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고, 형지는 지난달 16일 최 회장의 장녀인 최혜원(36) 형지I&C상무를 대표이사 전무로 임명했다. 또 박 회장의 장녀는 계열 인테리어 회사인 세정인텍스 대표로 재직 중이며, 최 회장의 둘째 아들은 형지 경영관리팀에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어 두 회사의 가족경영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처럼 비슷한 길을 걸어온 두 회사지만 경영전략에 있어서는 제 색깔을 내고 있다. 형지는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라이선스 사업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는 반면 세정은 자체브랜드 육성과 내실 경영을 고수한다. 형지는 2013년 바우하우스와 학생복 엘리트를 인수했고, 지난해엔 와일드로즈의 글로벌 상표권과 에스콰이아도 품었다. 올 들어서는 라이선스 골프웨어 ‘까스텔바쟉’을 론칭하고 다음달엔 ‘장 샤를 드 까스텔바쟉’ 핸드백 액세서리 브랜드로 전개할 예정이다. 최근엔 형지엘리트가 중국시장 진출을 시작하기도 했다. 반면 세정은 2012년 론칭한 헤리토리와 센터폴, 피버그린, 2013년 시작한 주얼리 브랜드 디디에 두보 등이 모두 자체브랜드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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