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교섭 과정에서 노사갈등을 빚어온 갑을오토텍(옛 만도공조) 사측이 노조의 쟁의 행위에 맞서 26일부터 결국 직장폐쇄를 단행한다. 갑을오토텍은 에어컨 등 자동차 공조 시스템을 현대·기아차 등에 납품하는 부품업체다. 현대·기아차는 차량용 공조 시스템 공급처를 다변화해 갑을오토텍의 직장 폐쇄에 따른 피해는 없을 전망이다.
갑을오토텍은 25일 공고문을 통해 “금속노조의 장기간 쟁의 행위로 더 이상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며 “회사의 존속과 시설 보호를 위해 26일 오전 7시40분부로로 직장폐쇄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노조가 이달 5일부터 오늘까지 21일간 사실상 전면파업을 이어와 회사가 황폐해졌다”며 “현재까지 재고물량으로 겨우 고객사의 생산라인 필요물량에 대응하고 있으나 재고가 거의 바닥났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8일 이후 노조가 18일째 공장을 점거하고 출입문을 봉쇄한 채 파업으로 중단된 제품생산 업무를 위해 투입된 관리직 직원의 적법한 대체근로까지 저지하고 있다”며 “이는 불법 쟁의 행위”라고 주장했다.
갑을오토텍 사측이 직장폐쇄라는 강수를 둔 것은 수년째 파업과 조업 중단을 반복해온 노조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해 회사 경영이 악화된 만큼 이번 기회에 노사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갑을오토텍은 지난 2014년 2,447억원 매출에 6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매출이 2,789억원으로 소폭 늘었으나 117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러한 회사 사정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상여금 100% 인상, 개인 연간소득 3% 초과 지출한 의료비 전액 회사부담, 조합원의 대학등록금 회사 부담, 직원채용 시 노동조합의 거부권 규정, 노동조합 불법행위에 면책조항 삽입 등의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생산직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연봉이 8,400만원 수준으로 복리후생비까지 더하면 인건비가 9,500만원에 달한다”며 “이번 직장폐쇄가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이지만 매년 반복되어온 위법·불합리한 파업 관행을 바로 잡아 성숙한 노사문화를 만들고 회사가 영속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사측이 교섭을 통해 마무리될 문제를 더 큰 불행을 만들어 구성원 모두를 도탄에 빠뜨리고 있다”며 “모든 역량을 동원해 저항하고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갑을오토텍의 주요 고객사인 현대·기아차 측은 “현재 공조시스템은 한온시스템, 두원공조 등에서도 공급받는다”며 “요즘은 부품수급 다원화를 하고 있어 갑을오토텍에서 공급이 중단돼도 차량 생산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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