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권에서 올림픽 마케팅이 사라졌다. 올림픽 특판금리 등으로 고객 유치 경쟁이 벌어졌던 과거와 금융 환경이 크게 달라진데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비후원사에 대한 마케팅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일 은행 업계에 따르면 오는 6일부터 시작되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단의 선전에 연계한 금융 상품과 이벤트는 KEB하나은행의 ‘오! 필승코리아 적금·정기예금 2016’뿐이다. 이 상품은 우리나라 올림픽 축구 국가대표팀이 8강에 진출할 경우 연 0.1%포인트, 4강에 오를 경우 연 0.2%포인트, 결승 진출시 연 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신한·KB국민·IBK기업·NH농협은행 등은 이번 올림픽과 관련 특판 상품을 출시하지 않을 예정이다. 카드 업계에서도 우리카드가 우리나라 총 메달 개수를 맞히면 여행상품권 등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할 뿐 신한카드 등 다른 카드사들은 별다른 이벤트를 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는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나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와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풍경이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국내 금융 업체들은 각종 마케팅을 펼쳤다. 당시 기업은행이 핸드볼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통장을 출시했고 외환은행이 올림픽 응원단 파견 고객을 선정하는 이벤트를 열며 올림픽 열기를 고조시켰다. 하지만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는 이 같은 금융사들의 ‘올림픽 열기’를 전혀 찾아보기 어려워진 것이다.
국내 은행들이 올림픽 마케팅에 소극적인 이유는 당시와 금융 환경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현재 저금리 기조로 요구불예금·저축예금 등 0.1%의 금리를 제공하는 저원가성 수신이 넘쳐나고 있다.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주요 은행 네 곳의 지난 1·4분기 저원가성 예금은 3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늘어난 수치다. 은행들이 올림픽 마케팅 등으로 특판예금을 얹어주지 않아도 수신이 넘쳐나고 있어 굳이 마케팅을 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IOC의 정책적 영향도 크다. IOC는 최근 올림픽 공식 후원사 이외 다른 기업들이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단어조차 못 쓰도록 할 정도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막대한 기업후원금을 지급하는 공식 후원사들에 배타적 사용권을 주기 위해서이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는 삼성전자·코카콜라 등 11개 기업이 1조2,000억원의 스폰서십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박인비(골프), 손연재(리듬체조) 등 국민 스타를 보유한 KB금융이 ‘올림픽’과 관련해 어떠한 마케팅도 하지 못하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IOC에서 올림픽과 관련해 이들 선수를 마케팅에 활용하거나 언급할 경우 국가대표 자격까지 박탈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며 “올림픽 공식 후원사가 아닌 만큼 소속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응원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강동효·양철민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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