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장애 3급을 앓고 있는 김모(36)씨는 최근 인천 부평구의 한 상가 휴대폰 판매점에서 스마트폰을 구입했다. 집에 와서 보니 제품이 든 상자는 접착 부분이 닳아있었다. 판매점이 김씨에게 판 제품은 모델은 같지만 전시 상품으로 반년 넘게 쓰인 중고폰이었다. 거기에 해당 일련번호로 확인한 결과 1주일 사이에 개통 취소 후 재개통 내역이 있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전시상품은 미리 고객에게 설명해야 한다”며 “개통 이력이 있었는데 이를 팔았다면 사실상 사기 판매”라고 말했다. 판매점은 김씨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가입신청서를 작성, 대리점에 제출해 휴대폰을 개통하기도 했다. 김씨가 판매점을 찾아 따지자 판매자는 도리어 영업방해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김씨가 스마트폰을 개통한 A통신사 고객만족팀에 전화를 걸었지만 판매점을 고소하라는 답변 뿐이었다. 여러 상담원을 거쳐 연결된 한 담당자는 “판매점 측에서 대리점에 개통 신청을 할 때 가입신청서 대필 등 사기 행위는 통신사에서는 증명할 방법이 없다”며 “수사기관을 통하라”고 발을 뺐다. 통상적으로 개통업무가 가능한 대리점과 달리 판매점은 통신사로부터 영업코드만을 받아 대리점을 통해 관리하는 만큼 과실에 대해 처분하기도 어렵다는 게 통신사의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점에서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이통사에서는 나몰라라하는 일이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판매점·대리점을 통한 스마트폰 판매 비중이 30%가 넘는 상황에서 판매점 과실을 통신사에서 방치하는 건 책임 회피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단통법 제8조 ‘판매점 선임에 대한 승낙’에 따라 통신사가 선임한 판매점에 대해서는 고객 피해 등에 대해 책임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측은 “판매점 피해도 본사에서 처리하고 대리점을 통해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이통업계 측은 “판매점 개통에서 문제가 생긴 건이라면 대리점 고객의소리(VOC) 건 접수를 통해 처리한다”며 “특히 개인 정보 등을 도용한 경우는 대리점을 통해 환수 조치 등 강한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혜진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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