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현대차 러시아공장에 이어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을 방문해 생산·판매 전략을 점검했다. 팔순을 바라보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1개국을 방문하는 강행군이다. 어려운 경영 환경을 해외 판매 확대를 통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정 회장은 3일(현지시간) 슬로바키아 질리나시(市)에 위치한 기아차 유럽공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지금껏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현대·기아차가 성장을 이어온 것처럼 앞으로도 해외 판매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계기로 삼자”고 강조했다.
정 회장이 이날 방문한 기아차 유럽공장은 현지 전략형 모델인 소형 다목적차량(MPV) ‘벤가’와 준중형 해치백 ‘씨드’를 생산해 동유럽은 물론 서유럽 등지에 공급한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신형 ‘스포티지’ 생산도 이뤄지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17만8,000여대를 생산했고 연말까지 생산량은 총 33만5,000대에 달할 전망이다.
정 회장은 공장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차량 품질을 꼼꼼히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이만큼 성장한 데에는 해외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이 지금 경쟁력의 기반이 됐다”며 “앞으로도 해외사업장의 수익성 창출을 바탕으로 연구개발과 브랜드 제고 등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데 적극 활용함으로써 회사 전체가 지속 성장해가는 원천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유럽시장도 하반기에는 불안요인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전 세계 시장이 어려운 상황일수록 유럽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정 회장은 현지 전략형 신차와 친환경차,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앞세워 판매 호조세를 이어가라는 구체적인 전략도 제시했다.
현대차는 다음달 중 준중형급 해치백 모델인 신형 ‘i30’를 유럽시장에 처음 공개한다. 신형 i30는 지난 2011년 2세대 모델이 출시된 후 5년만에 선보이는 완전변경 모델이다. 기아차는 유럽 전략형 모델인 ‘K5 스포츠웨건’을 내달부터 유럽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유럽 소비자들의 기호를 반영해 기존 K5를 기반으로 제작한 웨건형 모델로 역동적인 디자인과 넓은 적재공간을 자랑한다.
또 현대·기아차는 하반기에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아이오닉 일렉트릭’, ‘니로 하이브리드’를 유럽시장에 출시하며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전기차-수소연료전지차’의 친환경차 풀 라인업을 구축한다.
이와 함께 ‘투싼’과 ‘스포티지’ 등의 판촉을 강화해 SUV 판매를 크게 늘린다는 목표다. 올 상반기 투싼은 총 8만2,498대가 판매되며 전년동기(5만5,925대) 대비 47.5%가 증가했고, 스포티지도 39.2% 증가한 7만7,970대가 팔리는 등 판매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정 회장은 전날 러시아에 이어 이날도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과 유럽법인 주재원 부부를 초청해 만찬을 주재하며 사기를 북돋고 격려하는 자리를 가졌다. 정 회장은 4일(현지시각)에는 체코로 넘어가 현대차 유럽공장을 점검할 계획이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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