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위한 당정 태스크포스(TF)가 18일 출범했다. TF는 연말까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비롯한 전기요금 체계 전반에 대한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누진제는 물론 누진제 집행 과정에서의 문제점, 더 나아가 교육용·산업용 등 용도별 요금체계의 적정성, 형평성에 이르기까지 전기요금체계 전반에 대해 근본적인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TF 위원장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채익 의원과 손양훈 인천대 교수가 공동으로 맡았다. 여러 차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추진했던 정부와 에너지 전문가들은 TF 출범에 맞춰 반드시 해결해야 할 다섯 가지의 핵심 쟁점 혹은 선결 과제를 꼽았다.
①원가공개=한국전력은 전기의 생산 혹은 판매원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다. 하지만 원가를 공개하지 않는 한 어떤 식의 누진제를 개편하더라도 설득력은 떨어진다. 산업용을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있다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도 원가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한전이 제한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전기요금원가회수율’에 대해서도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원가회수율은 2014년이 98.4%로 가장 높을 뿐 100%를 넘어본 적이 없다. 주택용이나 산업용 모두 원가 이하로 공급해왔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전의 영업이익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1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둔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6조3,098억원에 달했다. 윤원철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누진제 개선의 핵심은 합당한 요금으로 적절하게 전기를 사용하자는 것”이라면서 “원가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한 누진제에 대한 객관적인 대안을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②누진제 단계 개편=현행 누진제는 6단계다. 단가도 많게는 11.7배의 차이가 날 정도도 편차가 크다. 저압 기준으로 △1단계 60원70전(㎾h) △2단계 125원90전 △3단계 187원90전 △4단계 280원60전 △5단계 417원70전 △6단계 709원50전이다. 누진제를 폐지하거나 단계를 줄이면 낮은 단계의 공급가격은 오르고 높은 단계는 떨어진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누진 단계를 줄인다고 해도 기준을 어디에 설정하느냐 따라 부담이 늘거나 주는 편차가 커지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문제”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누진 조정 기준을 3단계로 잡을 경우 1·2단계에 해당하는 866만가구의 요금은 오른다. 반면 4~6단계, 648만가구의 전기요금은 떨어진다. 요금이 오르는 866만가구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③용도별 형평성 문제= 전기는 주택용 외 일반용·교육용·산업용·농사용 등으로 나뉜다. 주택용을 빼고 나머지는 모두 단일요금체계다. kWh당 요금도 모두 달라 7개의 요금체계가 있다. 전기생산단가는 동일한데 용도에 따라 정책적인 판단이 더해져 공급단가에 차이를 두고 있다. 한전이 공급단가를 어떤 기준에 따라 책정하는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특히 주택용은 누진제를 적용 받다 보니 단가가 가장 높다. 2014년 ㎾h당 적용단가는 △주택용 123원70전 △산업용 107원40전이다. 생산단가가 동일한데도 차이가 나는데 이 같은 형평성 문제를 높이지 않으면 개편이 쉽지 않다. 손양훈 공동위원장은 “전기요금의 용도별 체계반도 구성해 요금체계 전반을 보겠다”고 말했다.
④개편 속도= 폭염이 끝나고 에어컨 사용이 줄면 전기요금 논란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다. 누진 3단계 이하가 원가, 혹은 원가보다 낮은 요금으로 전기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요금에 대한 체감은 평상시에는 낮다. 여론이 잠잠해지면 개편 열기도 식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또 개편안은 대선을 앞두고 나오기 때문에 정치 쟁점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정치권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내지 않으면 이번 역시 누진체계 개편은 물 건너간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런 논란을 의식, TF 대표를 맡고 있는 이채익 산자위원장은 “가능한 빠른 시점에 결과나 나오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⑤재무 여력=누진단계를 3단계로 줄이면 현행 1~2단계 요금을 내는 600만 가구 이상의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이 때문에 TF는 원가 요인도 고려하겠지만 가구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출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전의 재무 여력은 크게 위축될 수 있다. 지난해 11조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한전은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2008년과 2009년에는 수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국제 에너지가격의 변동에 따라 한전의 이익도 덩달아 움직인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요금 기준을 크게 낮출 경우 한전의 재무구조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가장 우려되는 대목 가운데 하나”라면서 “자칫 국민의 여론만 의식해 포퓰리즘 식으로 진행될 경우 한전을 통해 추진하는 에너지신산업정책 등 제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철균·나윤석기자 fusionc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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