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의 씀씀이 정도를 보여주는 평균소비성향이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소득은 늘지 않는데 고령화로 미래에 쓸 돈이 많아질 것으로 보이자 허리띠를 계속 졸라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통계청의 ‘2·4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70.9%로 지난해의 71.6%에서 0.7%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비교 가능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소비성향은 2000년대 중반 80%대를 유지했지만 계속해서 미끄러지며 이제는 70%대도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소비성향은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액의 비중이다. 수치가 낮아질수록 가계가 돈을 쓰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2·4분기 가계의 소득은 ‘찔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430만원 6,000원을 벌어 지난해보다 0.8%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물가상승률 까지 고려한 실질 증감률은 제자리(0%)였다.
쓴 돈은 줄었다. 월평균 지출액은 249만 4,000원으로 지난해와 동일했고 실질 증감률은 0.9%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지출이 5.4% 줄었고(실질 기준) 의류 및 신발도 4.6% 감소했다. 가사용품 및 가사서비스도 6.4% 줄었으며 통신비는 1.1% 감소했다. 반면 주류 및 담배 지출이 6.3% 증가했고 보건비가 2.5%, 교통비가 4.2% 상승했다.
가계의 소득이 찔끔 늘고 소비도 감소했지만 세금 부담은 늘었다. 근로소득세, 재산세 등 일상적으로 내는 경상조세로 월평균 12만 5,000원을 지출해 지난해에 비해 2.9% 증가(명목 기준)했다. 소득이 0.8% 증가하고 소비는 제자리였지만 낸 세금만 비교적 크게 증가한 셈이다.
빈부격차는 악화됐다. 극빈층인 1분위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5%로 지난해 7%에서 감소했다. 2014년 2·4분기(6.5%)와 같은 것이며 2013년 2·4분기(6.4%) 이후 3년 만에 최저다. 반면 초고소득층인 5분위의 소득점유율은 38.1%로 지난해의 37.8%에서 상승했다. 이는 2·4분기 기준으로 지난 2011년(38.2%)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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