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 그룹이 운송 부문과 에너지 부문으로 각각 분사(分社)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1위 선사인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이 채권단과 회사 측의 팽팽한 힘 겨루기 속에 시간만 보내고 있는 사이 세계 1등 선사는 다시 한 번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22일 “머스크와 스위스 MSC 등이 체질 개선을 통해 해운시장에서 다시 한 번 생존을 건 ‘치킨게임’을 진행하고 있다”며 “머스크가 장기 불황에 대비,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추가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덴마크의 유력 언론인 벨링스케 비즈니스는 최근 “머스크가 분사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르면 오는 9월 말쯤 이사회를 열어 회사 경영 정상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해운업계에서 머스크는 해운과 관련한 전 영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공룡 기업’으로 통한다.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해운업은 물론이고 석유 시추, 항공 물류업에서부터 컨테이너 제조사까지 보유하고 있다. 해운업에서 일종의 수직 계열화를 이룬 셈이다.
이 같은 수직 사업구조는 호황기에 시너지 효과를 낸다. 수주에서부터 발주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계열사를 통해 해결하면 비용은 절감하면서도 이익은 확대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불황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칫 한 곳의 부실이 다른 곳으로 전염될 수 있는 탓이다.
머스크의 분사는 부실 전이를 막는 한편으로 현재 진행형인 구조조정에 더욱 속도를 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4개 노선에 대한 영업을 중단하면서 덩치를 줄였고 2017년까지 4,000여명의 직원을 감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운업계는 머스크의 구조조정 ‘속도전’이 국내 선사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고 있다.
머스크가 주도하는 치킨게임의 영향으로 이미 컨테이너선 운임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드라이브가 걸릴 경우 경영난이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머스크는 올해 2·4분기 평균 운임을 FEU(1FEU는 40피트 컨테이너 1개) 당 1,716달러로 전년 대비 24%나 끌어내리며 무한 경쟁을 이끌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2011년에도 해운사 간 치킨경쟁을 주도해 상당수 선사를 파산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
머스크가 생존 경쟁에서 앞장서 뛰고 있는 반면 국내 해운업 구조조정은 전복 위기에 처했다.
한진해운의 경우 회생 데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율협약 종료일(9월4일)이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회사 경쟁력 강화 방안은 고사하고 생존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산업은행 등 한진해운 채권단은 한진그룹이 적어도 7,000억원 이상을 마련해오지 않으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할 경우 사실상 청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한진해운이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이미 놓쳐 생명을 연장하더라도 세계적인 선사들과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구조조정은 무조건 부채비율만 낮추고 보라는 식”이라며 “자산과 항로 운항권까지 모두 팔아 추가 투자 여력도 없는 껍데기 회사를 만들어놓고 전장에 내보낸 뒤 살아 돌아오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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