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연료 없이 태양빛만 받아 비행하는 토종 무인기(드론)가 구름도 민항기도 없는 대기권인 성층권 ‘비관제공역’을 정복했다. 이는 같은 공역에 도전 중인 미국 구글, 페이스북보다 한발 앞선 쾌거며 세계 세 번째로 달성한 기록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원장 조광래)은 자체 개발 고고도 태양광발전 드론(모델명 EAV-3)이 지난해 8월 고도 약 14㎞의 성층권 비행에 성공한 데 이어 최근 성층권 내 한층 더 높은 비관제공역인 18.5㎞에서 90분 간 비행했다고 25일 밝혔다. 앞선 기록은영국 업체 키네틱의 ‘제피’, 미국 업체 에어로바이런먼트의 헬리오스 뿐이었다.
구글과 페이스북도 태양광 드론 개발계획을 밝히며 무인공역 비행을 목표로 삼아 왔으나 아직 성층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고도 18㎞이상에선 기온이 섭씨 영하 약 70도까지 떨어져 장비 오작동이 일어나기 쉬우며 대기 밀도가 지상의 약 9%에 불과해 기체의 양력을 받아 날아야 하는 드론의 비행을 어렵게 한다.
항우연의 EAV-3은 앞으로 수개월씩 성층권에서 체공하는 것으로 목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 등 외국어선의 불법 조업이나 국내 산불 및 해양 오염 감시, 농작물 작황 관, 기상관측 및 대기자료 수집, 실시간 영상전송과 같은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페이스북 등이 개발하는 드론처럼 공중 무선통신장비를 탑재해 인터넷 등의 통신중계용도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김철완 항우연 항공기술연구단장은 “성층권에는 구름이 없고 기상현상이 일어나지 않아 높은 효율로 태양광발전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무인기를 순항시킬 수 있다”며 “비관제공역은 민항기 등이 다니지 않는 공간이라 자유비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EAV-3가 상용 제품으로 성공적으로 거듭나려면 태양광 셀(cell)의 발전효율을 높이고 이를 통해 생산된 전력을 저장하는 배터리의 성능을 높여야 한다. 특히 현재 탑재된 배터리는 일본 파나소닉의 리튬이온 제품인데 배터리 무게 1㎏당 에너지용량이 220wh에 불과해 장기 체공을 위한 전력을 충분히 저장하기 어렵다. 항우연은 이 과제를 풀기 위해 LG화학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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