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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굴비 담기엔 너무 작은 '5만원'

김영란법 시행 눈앞…백화점 선물세트 살펴보니

"수입육으로도 5만원 이하 단가 맞추기 어려워"

프리미엄 이미지 흠집날까 예년 가격 유지키로

롯데백화점 9만5,000원짜리 영광 법성포 참굴비세트 3호




신세계백화점은 올 추석을 맞아 5만원 이하 선물세트를 81개 신설했다. 관련 상품 비중도 60%나 늘렸다. 상품기획자(MD)들은 사과·배·견과·표고채·멸치·다시마·육포·천연조미료 등 기존 5만원을 훌쩍 넘었던 상품들의 양과 포장 등을 줄이고 줄여 제한선을 간신히 맞췄다. 5만원 초과 선물을 금지한 김영란법 시행을 앞둔 선 조치였다.

하지만 커트라인을 통과하지 못한 상품도 꽤 됐다. 명절 대표 선물인 한우·굴비·갈치·전복·홍삼·수삼은 아무리 해도 5만원 밑으로는 불가능했다. 프리미엄인 영광 법성포 굴비 세트는 3마리만 넣었는데도 40만원에 달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곶감, 과일, 와인 등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봤지만 기본 단가가 높은 정육, 굴비 등은 5만원 아래로 상품 구성이 어려워 결국 예년 가격으로 내놨다”고 전했다.

신세계백화점 14만원짜리 안성마춤 한우 알뜰세트


백화점, 대형마트, 온라인쇼핑몰 등 유통업계가 김영란법을 앞두고 5만원 이하의 저가형 추석 선물을 대거 늘리고 있지만 정작 한우, 굴비 등 명절 주력 선물은 도저히 단가를 맞출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 뿐 아니라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AK플라자도 5만원 이하 한우·굴비 세트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한우는 수입육으로도 5만원 이하 상품은 어렵다”며 “하지만 마진을 좀 줄이면서 가급적 10만원선 아래로 맞추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이번 추석에 9만원짜리 ‘한우보신세트’를 비롯해 ‘영광 법성포 참굴비세트’(9만5,000원), ‘진수삼세트’(9만원)등 예년에 볼 수 없었던 가격대의 한우, 굴비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이들 상품들은 올 설 때만해도 10만원대는 기본이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안성마춤 한우 알뜰세트’(14만원), ‘수협 알뜰굴비’(10만원, ‘청산도 참전복’(9만원), ‘바다 향 갈치’(12만원) 등 스테디셀러 선물세트를 나름 합리적인 선에서 내놨다.



롯데백화점 9만원짜리 진수삼세트 2호


또 한화갤러리아의 경우 정육 대신 한우로 만든 3만9,000원짜리 육개장·우거지탕·김치찌개·설렁탕 등 ‘벽제갈비 건강한 싱글 세트’를 대안으로 선보였고, 롯데마트는 일반 굴비로는 세트 구성이 어려워 참굴비 대신 ‘민어 굴비 세트’를 4만9,000원에 마련했다. 오픈마켓인 SK플래닛 11번가 관계자는 “한우 정육세트를 줄이는 데까지 줄여봤지만 양념을 더한 1.2kg짜리를 5만5,900원에 구성하는 게 최선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유통업체들은 5만원대 상품이 어려운 품목은 앞으로도 예년 가격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백화점의 경우 5만원 이하 상품이 명절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5%도 안되는데다 무리해서 단가를 맞추다 보면 자칫 고급 이미지까지 훼손할 수 있어 어느 정도 선을 긋는 모습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선물에 대한 기대치가 있는데 5만원도 안 되는 상품을 주력으로 내놓기엔 아직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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