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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법정관리 가나]한진 추가 자구안, 부족자금 절반도 안돼...채권단 신규 지원 불투명

늘린 유동성 1,000억 그쳐

사재출연 액수도 명시 안해

주력사업 컨테이너선 불황

영업손실 갈수록 늘어나고

알짜자산도 팔아 체력 고갈

위기 넘긴다 해도 앞길 험난

밑빠진 독에 물 붓기 될판





한진해운이 5,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산업은행에 제출하면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자구안을 검토해 다음주 초까지는 회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자구안 규모가 기대 이하 수준으로 낮아 극적으로 수용 결정이 나오기는 사실상 힘들어 보인다. 한진해운은 특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 출연 의지를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액수는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 관계자는 “사재 출연을 하고 싶어도 할 방법이 거의 없다”며 “부동산의 경우 가진 것이라곤 집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룹 지원 규모와 관련해서도 “지원 규모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지만 도저히 뾰족한 수가 없었다. 배임 행위에 대해 누가 책임질 수 있느냐”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한진해운의 앞날이 밝지 않은 점이 문제다. 해운 업계는 한진해운이 설령 법정관리를 피하더라도 정상화까지 갈 길이 멀다는 우려가 많았다. 최근 해운 운임이 떨어지면서 유동성 부족분이 한두 달새 수천억원가량 늘어났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모두 당장의 파도를 넘더라도 내년 이후 또다시 위기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계 보인 한진, “밑 빠진 독에 물 부을 수 없다”=1차 제출안인 4,000억원에서 추가 지원 규모가 1,000억원에 그친 것은 그룹의 지원 여력도 문제지만 한진해운 자체의 장래가 워낙 불투명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무엇보다 본업에서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부담이다. 현재 한진해운의 주력사업은 컨테이너선이다. 전체 매출의 90%가량이 컨테이너 부문에서 나온다. 문제는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점이다.

시황의 기준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19일 현재 597.47로 1,100을 넘나들던 지난 2014년의 절반 선에서 2년째 맴돌고 있다. 벌크선운임지수(BDI) 역시 692(24일 기준)로 약 900선이던 1년 전과 비교해 20% 넘게 빠졌다.



이 때문에 한진해운의 올해 연간 영업손실이 5,000억원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에만 이미 3,44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한진해운뿐만이 아니다.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라인이 2·4분기 1억2,000만달러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냈고 일본 해운 3사(NYK·MOL·K라인) 등 아시아 해운사들도 최근 올해 적자 예상폭을 늘려 잡는 등 당분간 고전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영업손실이 불어나면 자금 경색은 더 심해진다. 한 달에 100만원은 벌어올 것으로 보고 가계를 짰는데 수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살림에 부담이 늘어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늦어도 내년부터는 해운 시황이 나아질 것으로 봤는데 예상이 빗나가 1조2,000억원으로 예상했던 한진해운 부족자금이 더 불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짜 자산 이미 다 팔아…회생 더 힘들어졌다=위기를 넘기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알짜 자산을 팔아치운 것도 장기적인 방향에서 봤을 때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한진해운이 매각한 벌크전용선사업부문을 바탕으로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가 설립한 H라인해운이 대표적인 사례다. 철광석이나 석탄 등을 실어나르는 벌크전용선은 포스코·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 같은 우량 고객과 장기계약을 맺어 해운 시황이나 유가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실제로 H라인해운은 지난해 1,326억원의 영업익을 냈으며 영업이익률이 22.6%에 달했다. 해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벌크전용선 같은 탄탄한 사업부는 큰돈을 벌지는 못해도 시황이 어려울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며 “안정적인 사업부가 없는 해운사는 상대적으로 변동성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한진해운이 팔기로 약속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터미널도 대표적인 알짜 자산으로 꼽힌다.

모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항공으로 부실의 불길이 옮겨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한항공은 이미 △한진해운 지분 인수 △신종자본증권 인수 △대여금 지급 △유동화 증권 발행 등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지급했고 이번에 다시 한번 지원을 약속했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 부담으로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이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일범·이종혁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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