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페이스북을 제치고 세계 세 번째로 성층권 비행 성공의 쾌거를 달성한 토종 태양광발전 무인기(드론)가 후속 개발 예산이 잡혀 있지 않아 자칫 대(代)가 끊길 처지에 놓였다. 참여정부 시절 당시 드론 개발의 주도권을 놓고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가 힘겨루기를 했으나 이후 후속 사업 명맥이 사라져 드론 시장 선점의 골든타임을 10년 가까이 놓쳤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관련기사 16면.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2010년부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개발비 등을 지원해주던 고고도 태양광 무인기 개발 프로젝트가 이미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종료됐다. 정부 관계자는 “항우연이 연구할 수 있도록 미래부가 인건비·경상비 등을 지원해줬는데 현재 미래부 소관으로는 추가 후속 지원 계획이 없다”며 “미래부에서 드론 관련 지원 사업은 ‘무인이동체 발전 중기계획’으로 추진될 예정인데 고고도 태양광 드론 사업은 해당 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산업부가 추진하는 별도의 무인기 사업이 있기는 하지만 미래부 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에 따라 이번 사업이 최소 2~3년은 공백을 맞거나 아예 차기 정부로 넘어가면서 명맥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당국이 별도로 후속 사업을 만들어주려고 해도 ‘예비타당성 사업’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사업 제안에서부터 시작까지는 최소 2년 이상이 걸린다.
반면 글로벌 경쟁기관과 기업들은 앞으로 2~3년 내 집중투자를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설 계획이다. 영국 국방부만 해도 자국산 고고도 태양광 드론인 ‘제퍼’ 시리즈 구매를 위해 1,060만파운드(155억원) 투자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9,000만달러(1,004억원)를 지원해 보잉의 태양광 드론인 ‘솔라 이글’ 개발을 도왔다. 미국 등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태양광 드론 개발이 시작돼 40여년간 민관이 수조원대의 투자를 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우리 정부가 고고도 태양광 드론 개발을 본격화한 것은 2010년부터로 정부 지원액은 60억~80억원에 불과하다. 항공조사 전문사인 틸그룹에 따르면 2015년 고고도 장기체공 드론 시장 규모가 15억달러에 달하는 등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 태양광 드론은 선진국 수준에 올라섰지만 수개월~수년 장기 체공하며 저궤도위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려면 고용량 배터리와 경량화 소재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지난 10여년 전부터 정부가 리튬황 전지 개발 과제를 내놓았다가 단기간에 성과가 없다고 대부분 종료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래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이 드론산업을 진흥한다고 하지만 기초·원천기술 확보보다 주로 해외 부품, 프로그램을 사다가 빨리 조립해 상용화하는 수준”이라며 “부가가치는 배터리·경량소재·솔루션 등에서 나오는데 각 부처가 무게를 두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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