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인 D램 가격이 2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2개월 연속 상승세는 2년 7개월 만이다.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반기 관련 부문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가 발표한 ‘8월 D램 평균 고정가격(DDR3 4GB 기준)’은 평균 1.38달러로 전월 대비 2.99% 상승했다. 지난 7월 20개월 만에 7.2% 오른 것에 이어 2개월 연속 오름세다. DDR3 4GB는 개인용컴퓨터(PC)에 주로 쓰여 D램 가격의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다. D램 가격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인 DDR4 4GB 가격 역시 8월 1.38달러로 전달 대비 2.99% 상승했다.
D램 평균 고정가격은 2014년 9월 이후 19개월간 하락 및 보합세를 이어왔다. D램 평균 고정가격이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인 것은 2013년 11~12월 이후 2년 7개월여 만이다.
D램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이유는 복합적이다. D램 시황이 장기간 악화되면서 반도체 업체들이 D램 물량을 줄이고 낸드 플래시로 속속 생산라인을 변경했다. 최근 들어 중국을 비롯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D램 수요가 4GB로 고용량화된 점도 영향을 줬다. 고용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SSD에는 낸드플래시 메모리가 대부분 들어가지만 D램도 탑재된다.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상승 흐름은 국내 양대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 하반기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4분기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이 75%에 육박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3·4분기 영업이익이 5,61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3% 늘어날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소손 사태에 따른 실적 악화를 반도체 시황 개선이 상당 부분 만회해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8조1,400억원)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2조6,400억원)은 32.4%였다. 이 중 메모리 반도체는 전체 반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D램익스체인지는 올해 4·4분기에도 D램과 낸드플래시 계약가격이 10%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모바일 D램이 전체 D램 물량의 45%를 점할 정도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PC D램 가격도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봤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장기간 상승세를 기록하기는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화권 업체들이 공급 물량 확대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중국 시노킹테크놀로지는 2017년 말~2018년 초 D램 양산에 들어갈 것 예정이다. 대만과 합작한 중국 푸젠 진화 집적회로공사도 D램 생산에 착수할 예정이다.
한 반도체업체 관계자는 “D램 시황 개선으로 기회를 잡은 국내 업체들이 중화권 기업의 물량 공세에 대비해 3차원 낸드플래시 등으로의 생산라인 전환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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