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물류, 식품 등 국내 대표 내수기업들이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남진(南進)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풍부한 인구와 낮은 평균 연령대 등 잠재 소비력이 높은 이 곳을 적극 공략해 한계점에 봉착한 국내시장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이마트는 베트남에 2020년까지 2억 달러(약 2,000억원)를 투자해 현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방침이라고 8일 밝혔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9일 서울에서 이갑수 이마트 대표와 단라탕 호찌민시 서기장 등 양측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베트남 호찌민시와 ‘호찌민시내 투자 확대를 위한 협약(MOU)’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우선 대형마트를 추가로 내는 한편 슈퍼마켓, 쇼핑몰 등 다양한 형태의 상업시설을 호찌민 시에 짓기로 했다. . 호찌민시 지역사회발전을 위한 투자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지난 7월 호찌민 시내에 160㎡ 규모의 장난감 도서관을 조성했으며, 베트남 어린이에게 오토바이 헬멧 1만개를 무상 지원하는 등 다양한 사회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베트남과의 지속적인 교류 확대를 위해 현지에서 생산된 의류, 장난감 등 비식품 중심의 수입 품목을 과일, 수산물 등 식품류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베트남 1호점인 고밥점을 열었다.
CJ대한통운은 이날 말레이시아 최대 물류기업이 됐다. CJ대한통운 아시아법인은 현지 2위 종합물류기업인 ‘센추리 로지스틱스’ 지분 31.4%를 471억원에 인수해 1대 주주가 됐다고 밝혔다. 기존 CJ대한통운 법인과 통합할 경우 현지 물류시장 1위 타이틀을 차지한다. 로지스틱스는 전국네트워크를 갖춘 물류업체로 할랄 물류에 강점을 지녔고, 인접 국가인 싱가포르, 태국 등 국경 간 운송 역량도 상당하다. CJ대한통운은 이번 인수로 말레이시아를 넘어 범 인도차이나반도 물류 네트워크 구축 등 동남아 물류시장을 적극 공략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CJ대한통운은 오는 20일 동남아시아 1위 인터넷쇼핑몰인 라자다그룹과 국제 물류 계약을 맺고 라자다 역직구 물류의 동남아 운송을 전담할 예정이다. 라자다는 ‘동남아시아 아마존’이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싱가포르 소속 인터넷기업이다.
롯데그룹도 베트남을 중국에 이은 핵심 거점으로 삼고 수도 하노이에 초고층 빌딩 ‘롯데센터 하노이’를 짓는 등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베트남에는 롯데마트 13개점과 롯데백화점 2개점이 있으며, 롯데리아는 현지 1위 패스트푸드업체로 부상한 상태다. 이와함께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베트남 1위 베이커리업체로 자리잡았고, CJ오쇼핑도 베트남과 태국에서 홈쇼핑 시장 1위로 올라섰다. GS홈쇼핑은 말레이시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식품업계도 동남아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해 태국 최대 맥주업체 분럿그룹과 총판계약을 체결한 하이트진로는 올해 베트남법인까지 설립했다. 오리온은 7월 인도네시아 최대 제과업체인 델피와 손잡고 합작사 델피오리온을 출법시켰다. /김희원·이지성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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