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올해 상반기 나란히 적자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은행이 반기실적 기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1976년 출범 이후 40년 만에 처음이다. 조선·해운업 부실과 이에 따른 구조조정을 위해 모두 수조 원대의 대손충당금을 쌓은 탓이다.
산은과 수은이 막대한 자금을 구조조정에 지원한 것은 정책금융기관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달 26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들 기관의 부실을 놓고 적지 않은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조선·해운업 부실과 구조조정의 여파로 따른 대손충당금 발생으로 올 상반기 9,37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손충당금은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손실을 대비해 그 금액만큼 미리 쌓아두는 자금이다.
수출입은행은 상반기 결산을 앞두고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여신 등급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한 단계 낮췄다. 지난 5월에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조선해양의 여신 등급도 ‘추정손실’로 분류했다. 여신 등급이 떨어지면 자연히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 규모가 커진다.
예를 들어 여신등급이 정상인 경우 대출자산의 0.85%만 대손충당금으로 쌓으면 되지만 요주의와 추정손실의 경우 각각 7~19%, 100%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수은의 올 상반기 대손충당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총 1조7,922억원을 기록했다.
산업은행도 마찬가지다. 산업은행은 올 상반기 대규모 대손충당금 때문에 2,896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상반기 2,023억원의 반기 순이익을 낸 것을 고려하면 적자 전환한 것이다. 원인은 역시 대손충당금. 산업은행은 5월 말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1조원 이상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한데 이어 지난달 대우조선해양의 여신등급 을 ‘요주의’로 내리면서 약 8,500억 규모의 충당금을 반영했다. 산업은행은 이로써 대손충당금을 2·4분기 총 2조 570억원, 상반기 전체로는 모두 3조 580억원을 쌓았다.
조선·해운업의 부실과 구조조정의 여파가 이들 기관의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이달 말 열리는 국감에서 부실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정부의 구조조정 지원으로 정책금융기관의 부실 도미노가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정책 금융기관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다. 과거 개발경제 시절에는 정책금융기관이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었지만 민간의 비중이 커진 이제는 그 이유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책금융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책금융기관의 자체 구조조정 역량 배양, 민간 전문가 활용 확대 등의 개선 방안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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