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장고 끝에 한진해운에 대한 600억원 지원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 화물 하역작업이 속도를 내 물류대란이 한고비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21일 오후7시30분 긴급 이사회를 열어 한진해운의 매출채권과 부동산을 담보로 600억원을 대여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한진해운에 즉각 600억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당초 재계에서는 대한항공이 매출채권을 담보로 잡더라도 당초 약속한 600억원을 모두 지원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매출채권 규모는 2억달러에 달했지만 담보가치 산정이 어려워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이날 600억원을 한도로 부족분이 발생할 경우 산은이 나머지 금액을 채워주는 방안을 대한항공과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항공 이사회가 한진해운 매출채권에 더해 부동산 등을 추가 담보로 잡기로 결정하면서 산은 지원 없이 총 600억원의 지원이 가능해졌다. 당초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의 미국 롱비치터미널을 담보로 잡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미 담보권을 가진 외국계 은행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지난 8일 이후 네 차례나 이사회를 열었지만 지원안을 확정하지 못했다.
그동안 배임 문제로 반대표를 행사했던 사외이사들은 추가 담보 제공 등 한진해운 측의 노력에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 A씨는 “부동산 담보가 추가로 들어갔고 매출채권의 담보가치를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1,000억원이 넘기 때문에 소액주주 입장에서 생각해도 이 정도 회수책이 마련된다면 이해해주실 것으로 판단했다”며 “물류대란을 겪고 있는 화주들과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대한항공의 이미지 실추 등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지원으로 물류대란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려워 산은이 신규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산은 측은 “대한항공의 자금 지원이 확정되면 추가 자금 지원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필요하다면 주채권은행인 산은을 통해 지원할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서일범·조민규·박재원 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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