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에 찬바람이 부는 가운데 삼성중공업(010140)은 불황 장기화에 대비한 자구방안 추진과 유동성 확보, 이를 통한 실적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자구안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특히 외국인투자가들은 지난 8월29일 이후 연일 순매수를 이어가며 457만주를 순매수했다. 주가는 9월 들어 1만원대로 다시 올라섰다.
지난 5월 공개된 삼성중공업의 자구안은 비용절감 9,000억원, 자산매각 5,500억원 등 약 1조5,000억원 규모다. 거제호텔과 산청연수소, 판교 연구개발(R&D)센터 등을 매각키로 결정했으며 희망퇴직(1,392명)도 진행됐다. 설비와 인력을 감축해 고정비를 줄이고 앞으로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도록 회사의 체질을 개선키로 한 것이다. 이밖에 지난 7월부터 대표이사는 임금 전액, 임원은 임금의 30%, 과장급 이상의 간부들은 15~20%를 반납하는 등 임직원 고통 분담도 진행 중이다. 전재천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3·4분기부터 삼성중공업의 인건비 감소 효과가 분기당 500억원씩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중공업은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 선제 대응하고 회사 운영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1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 증자도 추진하고 있다.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규 발행 주식수는 1억 5,912만주다. 예정 발행가는 할인율 20%를 적용해 6,920원으로 정해졌으며, 확정 발행가액은 1·2차 발행가액 산정 등의 절차를 거쳐 11월 2일 최종 결정된다.
신규 발행 주식의 20%에 해당하는 3,182만주는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한다. 우리사주조합 청약일은 11월 7일이다. 구주주에게는 보유 주식 1주당 0.620895주의 신주를 배정하며, 20% 범위 내에서 초과 청약도 가능하다. 구주주 청약은 11월 7~8일, 실권주 발생시 일반공모 청약은 11월 10~11일 진행된다.
유상증자에 성공할 경우 2·4분기 기준 265%였던 부채비율은 200% 미만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003470) 연구원은 “증자에 따른 희석효과는 있지만 유상증자로 유동성 위기를 넘고 하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면 기업 가치가 더 높아질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 지난 2·4분기 발생한 2,837억원의 영업적자는 희망퇴직 위로금 등 구조조정과 관련된 일회성 비용이 대거 반영됐기 때문이다.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2·4분기 순수 영업이익은 약 800억원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3·4분기 삼성중공업의 영업이익이 45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남은 과제는 신규 수주다. 삼성중공업의 2016년 수주목표는 53억 달러(약 5조9,228억원)지만 아직까지 수주 실적은 없다. 이와 관련, “발주처와 단독 협상 중이거나 매매의향서(LOI)를 체결한 프로젝트가 있어 올해 수주목표 달성도 가능하다”는 것이 삼성중공업 측 설명이다.
특히 이탈리아 ENI가 발주하는 모잠비크 액화천연가스(FLNG) 프로젝트는 연내 삼성중공업의 수주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이 프로젝트의 총 사업규모는 54억 달러로 삼성중공업·프랑스 테크닙·일본 JGC 등으로 구성된 삼성중공업 컨소시엄이 지난 1·4분기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단독 협상을 벌이고 있다. 계약이 체결되면 삼성중공업의 수주 금액은 25억 달러에 달해 단숨에 수주목표의 절반을 달성하게 된다.
삼성중공업은 인도가스공사(Gail)가 진행하는 LNG선 입찰에도 단독 참여하고 있어 4~6척의 LNG선 수주가 가시화되고 있다. LNG선의 선가는 1척당 약 2억 달러로, 총 8~12억 달러의 수주가 기대된다. 이밖에 LNG선과 유조선, 컨테이너선사들과 다수의 수주협상이 진행 중이다. 전재천 연구원은 “조선 업황이 2017년까지 완만히 개선 추세인 점이 긍정적으로 유가 상승시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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