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로 나간 국내 기업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기 위해 여러 유인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업들의 반응은 갈수록 싸늘하다. 지난 2012년 4월 정부가 관련 대책을 내놓기 시작한 후 81개사가 국내로 돌아왔다. 유턴기업도 신발이나 보석가공 등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그마저도 2013년 37개사를 정점으로 지난해 9개, 올해 5개사로 급감했다. 수도권 규제부터 고임금, 노동 경직성, 시장 협소 등 국내에 투자할 유인이 줄어 떠났는데 그런 점이 해결되지 않아 돌아올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다.
반면 국내 제조업의 해외투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201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제조업이 해외에 투자한 규모는 232억2,000만달러(신고 기준)다. 3년 반 동안 국내 제조업들은 26조원가량을 해외에서 자동차·전자부품·컴퓨터·영상 공장 등을 짓는 데 썼다. 북미는 물론 아시아·유럽 등 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나갈 때보다 더 많은 유인요소가 있어야 해외에 나간 국내 기업이 (유턴을) 고민하지 않겠느냐”며 “각종 세제 인센티브, 규제완화, 입지 특혜 등을 줘도 국내 복귀에 따른 기회비용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유턴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유턴기업이 급감하는 이유로 크게 5가지를 꼽았다.
먼저 유턴을 하려는 기업들이 원하는 입지를 확보하기 힘들다. 관련 협회의 한 관계자는 “문의를 해온 기업 중 많은 곳이 수도권에 자리를 잡을 수 있는지 물어온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대한 입지 규제를 완화하지 않는 한 대기업 등이 유턴할 유인책이 없다는 얘기다. 실제 유턴기업 지원책 마련을 위해 2013년 10월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 102곳을 대상으로 ‘중국 진출기업의 경영 애로 및 국내 복귀 지원 방안’에 대해 설문한 결과 진출기업의 83.0%가 복귀한다면 ‘수도권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심지어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의 50% 이상이 수도권에 투자하고 있다. 외국 기업들은 201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우리나라에 모두 6,590건을 투자했다. 이 가운데 수도권 투자가 4,432건에 달한다. 10건 중 7건 가까이가 수도권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은 물론 해외 기업까지 수도권을 최적의 투자입지로 꼽고 실제 외국 기업의 투자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유턴기업 등이 수도권에 투자하는 데 아무런 메리트가 없는데 돌아오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가 각종 유인책을 마련했지만 정책의 비전이 없다는 점도 한 요인이라는 지적이 있다. 정부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3차례에 걸쳐 유턴기업 지원책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그간의 문제점을 보완해 국내로 복귀하는 경우 소득세 및 법인세 혜택은 그대로 적용하고 중소기업에만 주던 관세감면 혜택을 중견기업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세액감면 한도도 인상하기로 했다. 지원이 세제 등에 국한돼 있을 뿐 업종 등에 대한 뚜렷한 비전이 없다. 일단 양적 확대에 더 치중돼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법인세 감면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현행 지원책을 보면 유턴기업들은 해외 사업장을 완전히 청산하고 국내로 돌아온 후 최초 소득 발생 시점부터 법인·소득세를 5년간 100%, 추후 2년간 50%(국내 사업장 없이 해외 사업장을 부분 청산해 들어올 경우 3년 100%, 추후 2년 50%)를 감면받는다. 하지만 이익이 나지 않는 상태에서의 법인세 감면은 혜택이라 볼 수 없다는 게 기업들의 입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로 복귀해서 이익을 내지 못하면 법인세 혜택 등을 준다고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면서 “유턴기업들이 최적의 투자를 하고 이익도 내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파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위원도 “보석가공이나 신발 공장만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정부가 4차 산업 관련 기업이 들어오면 꾸준한 비전을 갖고 이런 혜택을 주겠다는 식의 방향 설정을 해야 한다”면서 “그래서 그런 기업들은 한국에 돌아오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예측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의 경직성, 높은 임금 등도 유턴 가능성을 줄이는 요소다. 중국이나 베트남 등에 비해 훨씬 높은 임금체계를 갖고 있는데 고용 경직성까지 있어 국내로 돌아올 이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 유연성 부문의 우리나라 경쟁력 지수는 거의 최하위권”이라면서 “유턴을 해도 돌아와서 사람을 써야 하는데 노동의 경직성 부담 때문에 국내 복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이철균기자 fusionc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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