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사태 이후 국내 수입차 인증이 까다로워진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한 곳만 하반기 들어 12종의 차량에 대해 환경부로부터 배출가스·소음 인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하반기 배출가스·소음 인증을 받은 수입차(19종) 전체의 63%에 해당하는 것으로 12종 가운데는 디젤차가 7종이나 포함돼 있다. 벤츠코리아가 라인업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도 해석되지만 정부 인증이 늦어져 마케팅 계획 수립에 차질을 빚고 있는 일부 수입차 업체들을 중심으로 정부 인증절차에 대한 원성이 높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벤츠코리아는 지난달 환경부 산하 교통환경연구소로부터 총 8종의 차량에 대해 배출가스·소음 인증을 받았다. 특히 지난달 인증을 통과한 차종 8대가 모두 벤츠 차량이다.
인증을 통과한 벤츠 차종 중에는 사전계약만 8,000대가 넘었던 E400·E350d 등 신형 E클래스뿐 아니라 GLC250d·GLE350d·GLS350d 4매틱 등 새로 선보이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까지 두루 포함됐다. 벤츠는 이달 들어서도 지난 4일 C 22d 4매틱 쿠페에 대해 인증을 받았다. 9~10월 인증 받은 벤츠 차종 9종 중 7종이 디젤 모델이다.
벤츠는 올 들어 공격적인 신차 출시를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도 13종이 인증을 통과해 대부분 출시됐고 하반기에도 12종이 추가돼 출고를 앞두고 있다. 올해 환경부 인증을 통과한 97종의 수입차 중 25.8%인 25종이 벤츠 차종일 정도다. 벤츠는 8월까지 전년동기 대비 9.6% 늘어난 총 3만3,507대를 팔아 1위를 달리고 있다.
벤츠가 이처럼 배출가스·소음 인증을 독식하면서 타 업체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신청한 인증이 올 8월 말에 나오면서 당시까지 단 한 대도 팔지 못한 업체를 비롯해 까다로워진 정부 인증 때문에 신차 출시일정 지연으로 손해를 본 업체가 한두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폭스바겐 사태 이후로 과거에 비해 몇 번씩 더 확인하고 추가 서류를 요구하는 통에 인증 기간이 더 걸리고 있다”면서 “6월에 접수한 차량에 대한 인증도 아직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초 인증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마케팅 계획을 세웠는데 월말에나 나오면서 출시 일정이 매우 빡빡해졌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교통환경연구소 측은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인증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신청이 들어오는 대로 검증을 거쳐 인증을 내준다”면서 “벤츠 차량이 많은 것은 서류 등 준비를 잘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준비만 잘되면 일주일 만에도 인증이 떨어진다”며 “가능하면 열흘 내에 인증을 내주려 한다”고 덧붙였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도 “자사 차종이 한꺼번에 인증을 받은 것은 시기가 겹쳤기 때문”이라며 “인증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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