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유럽 최대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폴란드에 착공하며 영토 확장에 나섰다. 급성장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과감한 선제 투자임과 동시에 신성장 동력을 하루라도 빨리 확보하기 위한 구본무 LG 회장의 뚝심이 빛을 발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LG화학은 5일(현지시간) 폴란드 남서부 브로츠와프 인근 코비에르지체시 LG클러스터에서 전기차 배터리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공장의 규모는 축구장 5배 크기인 4만1,300㎡이며 LG화학은 총 4,000억원을 투자해 내년 하반기 제품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투자가 완료되는 오는 2018년 말에는 연간 10만대 이상의 배터리를 공급하는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급성장 유럽 시장에 전초기지 마련=폴란드 공장 착공에 따라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일본 등 경쟁 업체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경쟁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최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유럽에 전초기지를 마련해 현지 공략에 속도를 더할 수 있게 됐다. 현재 LG화학은 충북 오창(2011년 준공)과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2012년), 중국 난징(2015년) 등 3곳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 폴란드 공장이 완공되면 글로벌 4각벨트가 완성된다.
LG화학 관계자는 “폴란드 공장이 완공되면 순수 전기차(EV) 기준 연간 28만대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며 “특히 EV 시장의 3대 거점인 미국·중국·유럽에 모두 공장을 갖춘 회사는 LG화학밖에 없어 리딩컴퍼니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내 수주 물량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은 지난 2010년 볼보와 거래를 시작한 후 다임러·르노·아우디 등 유럽 지역 톱 자동차 메이커들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유럽 주요 국가들이 다양한 전기차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는 점도 호재다. 프랑스는 디젤 차량 폐차 후 전기차를 구매하면 1만유로(약 1,25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영국은 신차 가격의 최대 35%를 인센티브로 제공한다.
이웅범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은 “유럽의 첫 대규모 자동차 리튬 배터리 생산기지인 폴란드 공장을 세계 전기차 배터리 및 부품 생산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2020년 매출 7조원 노린다=업계에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로 꼽힌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막대한 투자에 비해 만족할 만한 실적을 내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배터리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2~3년 내에 과감한 투자가 결실을 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LG화학의 경우 현재까지 총 29개 글로벌 자동차 업체로부터 83개 프로젝트를 따내 누적 수주 금액이 36조원을 돌파했다. 이중 지난해까지 발생한 누적 매출 2조원을 제외한 수주잔액은 34조원에 달한다. 앞으로 일감이 34조원어치나 쌓여 있다는 뜻이다.
다양한 자동차 메이커들과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것도 LG화학만의 장점이다. 이 회사는 아우디·르노 같은 유럽계 자동차 메이커는 물론 현대·기아차,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다양한 기업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1위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대항마로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 패러데이퓨처와 납품 계약을 맺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LG화학과 전기차 배터리 업계 수위를 다투고 있는 일본 AESC나 중국 비야디(BYD) 등은 도요타나 중국 현지 기업들과 독점 공급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며 “다양한 자동차 회사의 요구를 반영해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 자체가 LG화학만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LG화학은 이번에 착공한 폴란드 공장에서 전극·팩·모듈과 같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부품을 한번에 생산할 수 있는 ‘원스톱’ 생산 체제를 구축해 고객사의 다양한 요구를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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