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3% vs 4.5%’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7월29일부터 9월26일까지 1조6,000억원을 투입해 자사주를 매입했다. 2·4분기에 8조원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발표한 직후 이어진 자사주 매입 결정에 삼성전자 주가는 150만원 중반대에서 강한 지지선을 형성하며 오름세를 유지했다. 이 기간(거래일 기준 38일) 삼성전자의 일 평균 주가 상승률은 0.13%에 그쳤다. 하지만 미국의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전에 인적분할을 요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6일 하루 동안 삼성전자의 주가는 4.45%나 뛰었다. 장중에는 170만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도 경신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실적개선이나 자사주 매입과 주주친화정책보다는 지배구조 개편 이슈에 민감하게 움직였다는 얘기다. 이날 하루에만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전날 대비 10조1,997억원 증가해 자사주 매입 기간에 증가한 시가총액(4조1,084억원)을 두 배가량 앞질렀다.
지배구조 개편 이슈에 민감한 것은 삼성전자뿐만이 아니다. 평소 업종 대표주로 주가 변동성이 낮은 삼성물산(028260)과 삼성생명(032830)·삼성SDS 등 다른 계열사들도 지배구조 이슈만 불거지면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한다. 삼성그룹의 금융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생명이 대표적이다. 삼성생명의 주가는 보통 9만~10만원대에서 지루한 박스권을 보이지만 중간금융지주사 전환 이슈가 나오면 4~5%대씩 급등하고는 한다. 삼성생명은 2013년부터 삼성 비금융계열사의 금융계열사 지분(삼성증권·삼성카드·삼성화재)을 지속적으로 사들였다. 지분매입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삼성생명은 이날 4.31%(4,500원) 오른 10만9,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물산도 전날 대비 7.89%(1만2,000원) 오른 16만4,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단숨에 코스피 시가총액 3위에 올랐다. 삼성물산은 장중 한때 16만5,000원까지 치솟으며 지난해 10월22일(16만9,000원) 이후 1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삼성물산은 이재용 부회장(17.23%) 등 오너 일가 지분율이 31.11%로 삼성전자와 함께 그룹의 대표적인 지배구조 개편 수혜주로 분류된다. 이날도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삼성전자에 분할을 요구함에 따라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투자자의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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