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처음 본 ‘i3’는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자동차를 키워 놓은 느낌이었다. 외관도 일반 자동차와 확연히 구분되는 디자인인데다 실내 소재도 전기자동차답게 천연 가죽과 원목, 양모 등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자연미를 물씬 풍긴다. 실제 도로에서 제대로 굴러갈 지 의심스러웠지만 제주도에서 직접 타보니 일반 내연기관 차에 못지 않은 주행성능을 발휘했다.
전기차답게 정숙성이 탁월하다. 시동을 켰는지도 모를 정도로 조용하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니 민첩하게 튀어나간다. i3는 신소재인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과 알루미늄으로 차체를 제작해 공차 중량이 1,300㎏에 불과하다. 차체가 가벼워 민첩하지만 배터리를 차체 하단에 설치해 무게중심을 낮춰 고속 주행에서도 안정감이 느껴진다.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25.5㎏·m로 응답성이 뛰어나고 제로백도 7.2초에 불과할 정도로 가속력도 좋다.
특이한 점은 싱글 페달 제어 기능이 적용돼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면 자동 감속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운전자가 페달을 밟아 가속을 시작하면 e드라이브 시스템이 작동해 전기모터가 동력을 공급하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에너지 재생모드가 활성화돼 전기모터는 배터리에 전력을 공급하면서 제동 효과를 발휘한다. 이러한 싱글 페달 제어 기능은 운전하는 재미와 함께 연비 효율성을 높이는데 효과적이다. i3의 연비는 5.9㎞/kwh다.
전장이 3,999m로 짧아 실내 공간이 협소할 것 같지만 의외로 뒷좌석 공간이 넉넉하다. 5:5 분할 접이식 뒷좌석은 다양한 공간 활용성을 제공한다.
전기차의 최대 숙제는 1회 충전으로 얼마나 오래 주행할 수 있느냐다. 국내에 전기 충전소가 많지 않아 전기차 운전자들은 늘 충전 스트레스를 안고 있다. i3는 완전 충전 상태에서 최대 132㎞까지 주행할 수 있다. 에코 프로 모드와 에코 프로 플러스 모드로 설정하면 주행거리가 최대 190㎞로 늘어나지만 장거리 운전에는 여전히 짧은 주행거리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대구까지도 못 간다는 얘기다. BMW는 내년에 주행거리를 최대 300㎞로 늘린 신형 i3를 내놓을 계획이어서 운전자의 충전 고민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i3 룩스가 5,760만원, i3 솔 플러스는 6,360만원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지원 등을 받으면 4,0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