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등기이사 선임을 계기로 본격적인 사업 새판 짜기에 돌입한다. 삼성전자는 특히 주력인 정보기술(IT) 분야에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의학과 바이오 부문을 결합한 ‘스마트헬스’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의 삼성’ 시대를 맞아 달라진 위상에 걸맞은 새로운 경영방식으로 또 한번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이재용 부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등기이사는 이사회에 참석해 경영과 관련한 각종 주요 사안을 결정하고 이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진다.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영 전면에 나서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만큼 ‘이재용의 삼성’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국민연금 등 대주주들의 스탠스를 보면 이 부회장은 무리 없이 등기이사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가 되면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의 경영방식·인사·조직문화 등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예상된다. 삼성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된 후 변화의 윤곽을 조금은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미래 먹거리를 중심으로 한 사업구조 재편 등 변화가 예상된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다양한 분야 중에서도 특히 IT와 의학·바이오를 융합한 스마트헬스 사업에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한국뿐 아니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기회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향후 의료 및 헬스케어 사업과 관련해 병원·보험사·제약회사와의 합작 등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스마트카 사업 등 미래 먹거리로 키우는 사업을 집중 육성할 수 있는 새로운 포트폴리오 구상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전체적으로는 금융 부문에서 지배구조와 하드웨어적 수술이 진행되고 이 과정에서 일부 인수합병(M&A)이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지난 24일에도 2,300억원을 들여 삼성증권 주식 613만2,246주를 매입했다. 지배구조 개편의 한 축인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사 설립에 한발 다가가는 모습이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너가인 이재용 부회장이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에 오르는 것은 추격자였던 삼성이 글로벌 기준에 맞는 선도기업으로 새로 시작하는 것을 알리는 일”이라며 “신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삼성으로 나아가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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