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펀드 시장에서 유일하게 활기가 돌았던 국내 채권형 펀드마저 브레이크가 걸렸다. 미국이 금리 인상기로 접어든데다 글로벌 채권 금리가 동반 상승하면서 수익률 하락과 자금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으로 국내 채권형 펀드(공모 기준) 설정액은 최근 1개월 동안 6,237억원 줄어든 21조4,646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8조3,321억원이 빠져나가는 동안 꾸준히 6조9,094억원을 끌어모은 국내 채권형 펀드가 올 들어 처음으로 주춤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6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하며 빠른 속도로 증가했던 국내외 채권형 펀드(공·사모 합계) 설정액도 7월 말 107조2,699억원, 8월 말 109조8,324억원, 9월 말 110조9,647억원을 기록하며 다소 증가세가 느려진 상황이다.
특히 초단기채권 펀드의 자금 이탈이 심했다. 초대형 펀드인 ‘삼성코리아단기채권’은 3개월 동안 설정액이 1조1,028억원에서 1조27억원으로 1,000억원가량 줄었다. ‘한국투자e단기채’ 펀드도 5,590억원에서 4,690억원으로 감소했다.
수익률도 반전의 기미가 엿보이고 있다. 국내 채권형 펀드는 올해 들어 1.88%, 1년간 2.15%로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국내 주식형 펀드(연초 후 0.04%)를 앞섰지만 최근 3개월 수익률이 -0.09%에 그쳤다. 특히 단기채보다 중장기채 펀드의 수익률 악화가 심했다. ‘삼성ABF코리아인덱스(설정액 5,571억원)’ ‘KB스타막강국공채(1,778억원)’ 등은 3개월 수익률이 각각 -1.03%, -0.72%까지 떨어졌다.
이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전망과 글로벌 채권금리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동완 NH투자증권 WM리서치부 연구위원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글로벌 채권금리가 동반 상승하면서 국내 채권시장의 약세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12월에 유럽중앙은행(ECB)이 월 80억유로씩 채권을 매입하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의 연장 여부를, 미국이 기준금리 추가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유 연구위원은 “이 시점까지는 금리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ECB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감으로 인해 시장의 불안 심리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안 연구원은 11월 FOMC 이후 대외 여건이 개선되면서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관측했다.
한편 해외 채권형 펀드는 올해 들어 1.91%의 평균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을 위한 환매로 인해 올해 들어 5,174억원, 1년 사이 6,915억원이 순유출됐다. 전문가들은 해외 채권형 펀드 역시 지역별·신용등급별로 분산 투자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글로벌 국공채 가격의 동반 하락에 대비한다는 취지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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