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모든 악재가 드러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지지층을 결집하며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막판 맹추격하고 나섰다. 하지만 지지율 격차가 워낙 크고 남은 시간도 많지 않은데다 노련한 클린턴 후보가 끝까지 총력전으로 맞서 이변이 연출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 CNN방송은 27일(현지시간) 대선 판세 분석에서 플로리다와 네바다주를 클린턴 ‘우세’에서 ‘경합’으로 변경했다. 플로리다는 경합주 중 선거인단이 29명으로 가장 많은 곳으로 지금까지 대권 경쟁에서 플로리다를 잃은 공화당 후보는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트럼프는 최근 사흘간 플로리다에서 집중유세를 벌여 음담패설 동영상 파일이 공개된 후 잃었던 표심을 어느 정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치분석 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도 이날 펜실베이니아를 클린턴 ‘우세’에서 ‘경합’으로 다시 바꾸면서 클린턴이 확보한 선거인단이 전체(538명)의 과반인 270명 밑으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선거조작론을 앞세워 집토끼를 불러들이고 있는데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클린턴의 아킬레스건인 e메일 스캔들과 고액 강연료 수입에 관한 새로운 내용을 집요하게 공개하는 점도 클린턴 측을 긴장시키고 있다.
다만 미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가 클린턴의 뒤만 쫓다 결국 선거전이 끝날 것이라는 분석이 여전히 우세하다. 뉴욕타임스와 허핑턴포스트·프리딕트와이즈 등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들은 27일 현재 선거자금과 조기투표 등에서 우위를 점한 클린턴의 백악관행 가능성을 90% 이상으로 내다봤다. 트럼프가 막판 대역전극을 이끌어내려면 공화당 내분으로 표심이 분열된 텍사스·애리조나·유타·조지아·네바다 등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에서 모두 승리하고 경합주인 플로리다·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노스캐롤라이나·아이오와도 싹쓸이하는 기적을 일으켜야 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처럼 불리한 판세를 의식한 듯 이날 자신의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가 탄 전용기가 뉴욕 라과디아공항에서 폭우 속에 불안정한 착륙으로 가슴을 쓸어내린 사건에 대해 “펜스가 거의 무덤까지 갔다 살았다”며 한 표를 호소하기도 했다.
게다가 30년간 정계에 몸담아온 클린턴은 한치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듯 유세전에 ‘올인’하며 방어막을 치고 있다. 그는 이날 아껴뒀던 최대 무기인 미셸 오바마 여사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첫 합동유세를 벌이며 집중 조명을 받았다. 미셸 여사는 “버락(오바마)보다, 빌 (클린턴)보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 일을 하기 위해 더 준비된 사람”이라며 클린턴의 강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클린턴은 이번주 말 플로리다를 다시 찾아 판세를 굳히기 위한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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