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업종이 대형 제약사의 연이은 신약 개발 차질로 투자심리가 완전히 얼어붙었다. 특히 국내 최대 제약 수출 기록을 세웠던 한미약품(128940)의 계약 해지에 이어 업계 매출 1위 유한양행의 임상실험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기대감은 순식간에 실망감으로 바뀌며 주식시장에 매물을 쏟아냈다.
유한양행은 28일 장 초반부터 하락세를 타기 시작해 전 거래일보다 15.25%(3만8,500원) 내린 21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전일 유한양행은 장이 끝난 후 “2009년 엔솔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도입한 퇴행성디스크치료제(YH14618)의 임상2상 결과 위약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해 임상 중단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유한양행의 주가는 임상실험 실패 발표에 실망 매물이 쏟아지며 지난해 초 수준으로 단 하루 만에 복귀했다. 대형 제약사의 임상 실패 여파에 여타 제약·바이오 상장사의 주가도 줄줄이 하락했다. 특히 28일 첫 상장 직후 상한가를 기록한 JW생명과학은 기관투자가들의 차익실현 매물에 이날 20%대 하락을 기록했다. 이밖에 종근당(-4.43%), 영진약품(-7.05%), JW신약(-9.78%) 등 주요 상장사의 주가가 큰 폭으로 빠졌다.
한미약품 사태에 이어 유한양행의 임상 실패는 투자자들의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신뢰감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과 지난해 수출 계약한 신약에 대해 계약파기 공시를 낸 뒤 불과 한 달여 만에 일어난 일이라 제약·바이오에 대한 투자심리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날 KRX헬스케어지수는 전일보다 4.17% 하락한 2,477.12에 장을 끝냈다. 한국거래소 업종 지수 중 가장 가파른 하락세다. 특히 올 상반기 내내 헬스케어지수의 박스권 하단이었던 2,900선이 깨진 후 지수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어 아직 새로운 저점이 어딘지 확인도 안 된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제약·바이오 업종이 연이은 악재를 만회할 대형 수출 계약이나 임상 성공 사례가 나오기 전까지는 하락세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6월 크리스탈(083790)이 캐나다 바이오 벤처에 3,500억원의 대형 수출계약을 체결할 당시 전체 제약·바이오 업종도 기대감에 상승 랠리를 펼친 바 있다. 당시 헬스케어지수는 올해 최고 수준인 3,300선 근처까지 올라간 바 있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제약·바이오가 가진 기술에 대한 기대감이 예전과 비교했을 때 많이 줄었다”며 “임상이 꾸준히 성공하고 기술수출이 가시화돼야 제약·바이오 업종이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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