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오일허브의 1단계 사업(울산 북항)에 중국 최대 석유기업인 시노펙의 자회사 ‘시노마트’와 호주의 에너지 투자업체인 ‘P 캐피털’이 지분 50%를 투자한다. 이에 따라 1년 넘게 외국계 투자자를 찾지 못해 지지부진하던 울산 북항 비축기지 건설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혼합제조를 허용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대법)이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계류돼 있어 사업추진의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울산시 등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최근 시노마트, P 캐피털 등의 외국계 자본 2곳과 동북아 오일허브 울산 북항지구를 전담하는 특수법인 KOT(Korea Oil Terminal)에 지분을 투자하는 협의를 끝내고 투자계약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두 곳은 각각 KOT의 지분 25%가량씩을 인수해 석유공사(26%)에 이어 2대 주주의 자리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석유공사는 이에 앞서 S-OIL·대우인터내셔널·한화토탈·울산항만공사 등 국내 투자회사 4곳과도 협의를 끝냈다.
울산 북항 기지에 KOT가 투자할 금액은 6,222억원으로 70%는 회사채 발행 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차입하고 나머지 30%는 참여사들이 현금 출자해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구조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지난달 25일 브리핑에서 “지난 2014년 2월에 설립된 KOT에 참여할 국내외 투자자 구성을 잠정 완료했다”며 “올해 말까지 합자투자계약을 체결한 뒤 내년에 착공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북아 오일허브 1단계 사업인 울산 북항지구 건설은 접안시설을 설치하는 등의 하부시설을 중심으로 6월 말 현재 70%가 넘는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탱크터미널 등 상부시설 공사는 착수하지 못했다. KOT의 투자자 구성이 지연됐던 게 가장 큰 이유다. KOT에 참여키로 했던 세계 1위의 석유·화학제품 탱크터미널 업체인 보팍이 시황악화 등을 이유로 지난해 초 탈퇴한 데 이어 국내의 일부 투자자도 이탈하면서 석유공사와 울산시는 투자자 구성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오일허브는 상업운전을 하고 있는 여수기지를 포함해 새로 만드는 울산북항기지(818만 배럴), 울산남항기지(1,850만배럴) 등 3곳을 중심으로 동북아의 핵심 오일기지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국제유가 하락 등의 장애요소가 있지만 산업부는 여전히 동북아 오일허브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동북아 3국은 세계 원유교역량의 32.5%, 석유제품 교역량의 26.5%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지리적 위치, 세계 6위의 정제능력, 항만 인프라 등을 감안할 때 신규 오일허브 형성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은 건설효과, 탱크터미널 운영효과 등 모두 3조6,000억원의 경제적 기대효과가 발생한다”면서 “여기에 국제석유거래업 신설을 골자로 한 석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2040년까지 누적 기대효과는 60조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입법 발의한 석유사업법 개정안에는 국제석유거래업 신설 등이 담겨 있다. 국제석유거래업은 석유탱크터미널을 보세구역으로 지정해 기업들이 관세 부과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석대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사실상 수년째 계류돼 있다는 점이다. 석대법은 19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자동폐기된 뒤 20대 국회에서는 다시 발의돼 있다. 19대 국회 상임위에서 일부 의원들은 △동북아 오일허브의 경제성 미흡 △사업실패 시 국부유출 우려 △재정상태가 악화한 석유공사의 투자 부적절 등을 우려했다. 울산시의 한 관계자는 “외국투자회사와 투자협의까지 끝냈지만 계약 단계에서 멈춰 있는 것도 석대법의 국회 통과 여부를 보고 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철균기자 fusionc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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