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형 건물도 첨단 소프트웨어로 더 적은 비용에 효율적으로 지을 수 있습니다.”
글로벌 건설 정보기술(IT) 전문기업 ‘트림블 솔루션즈’가 국내 시장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철강제조업체인 대한제강과 손잡고 3차원(3D) 빌딩정보모델링(BIM) 소프트웨어(SW) 공급 확대에 나선 것이다.
티모 카이네넨(Timo Keinanen·사진) 트림블 솔루션즈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신문 사무실에서 만나 “2차원 도면을 기반으로 이뤄진 건축 작업을 3D 첨단 SW로 진행하면 작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앞으로 대한제강의 철강으로 짓는 건축 작업에 BIM SW가 쓰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BIM은 컴퓨터 기술을 기반으로 건설공사의 설계부터 준공까지 과정을 모델링 하는 첨단 SW다. 최근 건축물들이 직선 형태가 아닌 곡선의 비정형화된 형태로 지어지면서 IT 기술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평면 도면으로는 이같은 건축물을 구현하는 데 제한적이다. 컴퓨터 3D 기술을 접목해야 하는 이유다.
새 둥지 모양으로 강철을 엮어 만든 중국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버드네스트(BIRD’S NEST)’, 직선과 곡선이 어우러져 기하학적 모양을 띤 부산영상센터 ‘두레라움’ 등이 모두 트림블의 SW를 바탕으로 건축됐다.
카이네넨 대표는 “2차원의 도면만으로는 비정형화된 건축물을 구현하기가 어렵다”며 “한국에서는 곡선형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초고층의 잠실 롯데월드타워도 대표적인 SW를 활용한 건축 사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사기간을 단축하고 경비를 절감하는 데도 BIM SW가 효율적이다. 토목과 구조, 설비, 전기 등 건축 과정에서 각 자재의 규격, 수량, 시공 순서 등 모든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관리하기 때문이다.
한국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시공을 맡았던 삼성물산 측은 “기존 2D 기술로는 시공이 불가능한 구조였다”며 “정해진 공사 일정과 예산 내 완공하기 위해 BIM을 도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림블은 이를 바탕으로 건축 이후에도 자재의 이상 여부, 노후화 정도 등을 파악하는 관리 시스템도 제공하고 있다.
다만 국내 건축 현장에서 3D BIM에 대한 인지가 낮아 실제 사용률이 적은 게 풀어야 할 숙제다. 카이네넨 대표는 “개별 부서 단위에서 기존 2D 도면 프로그램에 익숙해 새로운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데 장벽이 있는 편”이라며 “하지만 한국 정부가 올해부터 공사비 500억원 이상 되는 공공 건축 프로젝트에 BIM SW 사용을 의무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마큼 앞으로 SW 사용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트림블은 올해 3·4분기 총 매출이 5억8,400만달러(6,676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 오른 순이다.
카이네넨 대표는 “전 세계에 일하는 방식을 바꾼다는 게 회사 비전”이라며 “철골 건물부터 콘크리트 건물까지 효율적으로 설계, 시공되고 관리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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