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코엑스몰을 최종 인수하며 강남벨트를 완성한다고 밝힌 10월 28일 오후 경기 하남에 위치한 ‘스타필드 하남’. 신개념 쇼핑몰에 대한 기대로 평일·주말 할 것 없이 방문객이 물밀 듯 밀려왔던 개장 초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당시 주차에만 2시간 이상 걸릴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지만 이날은 단 5분 만에 주차가 가능했다. 지난 9월 평일에 왔을 때는 주차장 입구부터 긴 차량 행렬로 택시를 타고 가다 중간에 내렸고, 주말에는 인근 하남시청에 차를 대 놓고 2㎞ 거리를 걸어갔던 때와는 천양지차였다. 서울 송파구에서 왔다는 한 30대 남성은 “블로그나 뉴스를 통해 스타필드 하남이 주차장에서부터 무척 붐빈다고 들었는데 바로 주차를 할 수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심작인 스타필드 하남이 개장 두 달을 맞아 거품이 빠지고 있다. 하루 방문객은 10만여명 에서 6만여 명으로 뚝 떨어지고, 핵심 시설인 아쿠아필드와 스포츠몬스터를 가득 메웠던 대기 줄도 사라졌다. 영화관도 빈 좌석 투성이다. 국내 첫 ‘쇼핑 테마파크’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의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는데다 수도권 외곽의 여타 아웃렛과 같은 가격 경쟁력도 없어 일부 콘텐츠 만으로 소비자를 꾸준히 유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6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스타필드 하남은 그랜드 오픈한 9월 9일부터 10월 27일까지 49일간 총 420만6,000여명이 방문했다. 일 평균 8만5,000여명이 찾은 셈. 하지만 지난달 일 평균 10만6,000여명에 달했던 방문객 수는 10월 들어 34% 감소한 7만명으로 주저앉았다. 특히 지난달 13일부터 27일까지 보름 동안은 일 평균 6만여명으로 더 떨어졌다. 개장일에 13만명, 추석 연휴 21만명까지 몰렸던 점과 비교하면 방문객이 갈수록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모습이다.
실제로 이날 찾은 스타필드 하남은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후였는데도 방문객이 급감했음을 피부로 느낄 정도였다. 3층의 워터파크 ‘아쿠아필드’와 푸드코트 ‘잇토피아’, 4층 스포테인먼트 테마파크 ‘스포츠몬스터’에는 몇 주 전처럼 줄을 선 사람이 없었다. 4층 메가박스 영화관에는 박스오피스 1위인 ‘닥터스트레인지’가 상영 10분 전인데도 175석이 비었고 이후 시간에도 150석 이상 비어있었다.
개장 효과는 어느 유통시설에나 있지만 스타필드 하남은 그 소멸 속도가 유독 빠른 편이라는 분석이다. 잠실 롯데월드몰의 경우 2014년 10월14일 개장 후 10월 한달 동안 일 평균 10만명이 방문하다 2015년 1월 5만4,000명까지 떨어졌지만, 개장 다음달인 11월과 12월은 각각 9만9,000명, 7만명으로 스타필드 하남보다 선방했다. 특히 정용진 부회장이 연일 SNS에 관련 내용을 올리는 등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친데다 당시 롯데월드몰은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되지도 않았고, 균열·싱크홀 등 각종 구설수에 오른 상태로 개장한 점을 감안하면 스타필드 하남의 성적표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스타필드 하남의 열기가 예상외로 빠르게 식어가는 이유는 여러 신개념 콘텐츠를 들여왔지만 소비자가 뚜렷한 차별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초등학생 자녀들과 스타필드 하남을 방문했다는 한 40대 주부는 “엄청난 규모와 눈길 끄는 시설, 화려한 인테리어 등을 보면 한 번은 올만 한데 두 번 방문하기엔 딱히 두드러진 차별화 포인트가 없는 것 같다”고 평했다. 또 지하철이 닿지 않는 등 교통여건이 안좋고 수도권 외곽 쇼핑몰의 아웃렛들과 다른 명품 배치 전략도 안 먹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잠실 등 근접한 강남권 소비층이 가까운 백화점들을 놔두고 쇼핑을 위해 스타필드 하남을 찾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게다가 내년초 롯데월드타워가 개장하면 본격적인 경쟁에 따른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대해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스타필드 하남은 오픈 이슈가 워낙 컸던 데다 추석 연휴가 길어 9월 방문객이 유독 많았다”며 “10월 들어서는 안정화에 접어들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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