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의 45대 미국 대통령 당선되며 국내 증시뿐만 아니라 글로벌 증시도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8년간 민주당 정권에서 행정부와 상·하원 모두 공화당으로 색깔이 바뀌면서 핵심 정책 기조가 대폭 수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을 경제정책 변화에 따른 악재로만 해석할 게 아니라 업종별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노믹스의 기본 골격은 보호무역·재정확대·약달러 정책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이미 공약으로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보복관세 부과, 환경규제 폐지, 화석연료 산업부양, 오바마케어 폐지, 저금리 장기화 반대, 연준(Fed) 통제 강화를 주장해왔다. 트럼프 노믹스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정책 변화의 흐름을 읽기를 권한다. 김유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노믹스는 크게 보면 부시 집권기(2001년~2008년)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국제 유가와 물가 상승, 주택가격 및 주가 상승 폭이 컸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전망에 힘입어 가장 주목받는 섹터가 인프라 부분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시절 5년간 5,500억달러의 공공인프라 투자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규모 인프라 건설로 북미시장에 진출한 국내 건설장비 관련 기업들도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대표적인 업체는 두산인프라코어다. 굴삭기 등을 공급하는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기준 북미 매출 비중만 40%다. 또 소형건설장비 업체 자회사 두산밥캣의 매출도 60% 가량 북미서 발생한다. 즉 향후 북미에서 대규모 인프라 건설이 진행되면 두산인프라코어 입장에서도 수익 전망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이란핵협상 폐기 공약은 중동 건설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
보호무역 정책으로 미국 내 공장이 있는 국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이익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수출기업보다 현지 생산기업이 상대적으로 위험이 덜하다. 대표 수혜 업종은 국내 대형 타이어업체들이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초 미국 조지아주에 공장을 지은 후 가동을 시작했다. 한국타이어도 내년 초 테네시에 공장을 새로 돌린다. 이들 타이어업체는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며 무역 보복 등에 대한 위험을 피할 수 있다. 더욱이 트럼프가 미국 내 기업에 법인세를 인하해준다는 공약도 미국 내 대규모 생산법인이 있는 기업 에게 역시 호재로 꼽힌다. 하지만 멕시코 등 미국 주변 지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다시 수출하는 가전 등은 피해가 예상된다.
금융업종은 규제 완화의 수혜가 우선 예상된다. 대형은행 분할에 반대하며 금융규제안을 담은 도드 프랭크 법안에 대해서 트럼프가 폐기 입장을 밝히고 있는 만큼 대형은행들의 숨통을 터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리인상도 은행업종에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온건한 통화정책을 통해 미국의 금리인상을 지연시킬 수도 다는 전망도 나온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트럼프 당선이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모두 주고 있다. 일단 트럼프가 미국 내 판매되는 약 가격을 시장 경쟁에 맡긴다는 공약을 내세운 만큼 높은 기술력과 강력한 특허로 무장한 제약업체에게는 수혜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상황에서 복제약을 판매하고 있는 일반 제약사들은 약가가 되레 떨어질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현재 한미약품(128940)은 다양한 미국 제약사들과 수출 계약을 체결해 미국 내 임상실험을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제약사 스페트럼은 한미약품의 항암신약 포지오티닙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이 밖에 전통적인 에너지원에 대한 육성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기도 하는데 이에 국내 정유업체들은 다소 수혜를 입을 수 있다. 석유, 가스 등 전통적 에너지원 공급 증가로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하는 국내 기업들의 가격 부담은 낮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즉 SK이노베이션(096770)과 S-Oil(010950)에겐 비용절감 혜택이 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친환경에너지가 수요가 상대적으로 줄면서 보조금으로 성장 중인 태양광, 전기차산업 등은 다소 성장세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