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해외 마케팅팀에서 근무하는 김서정(29) 대리는 매일 아침 출근 길에 스마트폰으로 해외 산업 동향과 경쟁사 정보를 검색하는 게 중요한 일과다. 포털 검색을 하다가 상단에 뜨는 ‘프리롤(pre-roll)’ 광고에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지만, 요즘은 자신을 찾아오는 맞춤형 광고 사이트에 선뜻 들어가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광고 시장의 중심축도 지상파 TV나 신문에서 디지털 영역, 그 중에서도 모바일로 넘어오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PwC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 1,354억달러(약 155조원) 수준이었던 전세계 디지털 광고 시장은 연평균 12%씩 성장해 내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TV 광고 시장을 앞지를 전망이다. 국내 모바일 광고 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 2014년 8,391억원이었던 모바일 광고 시장은 올해 1조5,191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이런 가운데 ‘빅3’ 광고 대행사들은 빅데이터 분석 역량을 강화하며 글로벌 마케팅 솔루션 기업으로의 도약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업에서 소비자로 이동하고 있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다양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와 광고주의 니즈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한편 시대적 흐름을 선도해야 하기 때문. 예전에는 번뜩이는 광고 카피 하나 제대로 뽑아 ‘팡’ 터뜨리는 게 다였다면 이제는 소비자 행동을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전문조직’을 통해 급변하는 시대에 대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 분석 전담 조직을 강화하거나 별도로 신설함으로써 광고 제작과 제품 마케팅, 더 나아가 고객사 컨설팅 등 전방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광고 시장의 파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단순한 광고 제작 회사에서 탈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국내외 광고주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글로벌 마케팅 솔루션 회사로 변신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절박한 상황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1위인 제일기획은 지난 2013년 말 ‘제일DnA센터’라는 빅데이터 분석 전문 조직을 출범시켰다. 40여년간 고객 데이터 수집, 분석 노하우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수집·운영하는 조직과 미디어·디지털·리테일 등 마케팅의 다양한 영역에서 데이터를 활용한 컨설팅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제일DnA센터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수집되는 버즈(buzz·언급내용) 데이터를 활용, 소비자 트렌드를 감지하고 브랜드 평판을 관리하는 ‘SMA(Social Media Analytics)’ 기능이 강점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온라인 상의 버즈를 월 1억건 이상 분석하고 있으며, 8,200명의 디지털 패널의 검색어나 방문 사이트를 추적해 매달 6,000만건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케이블 드라마 ‘미생’의 인기 비결이나 한국인의 스마트폰 사용 실태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도출했다. 최근에는 해외 직구 관련 빅데이터 18만7,000여건을 분석해 ‘생활 밀접에서 재미 중시로 트렌드가 바뀐다’는 변화상을 도출하는 성과를 냈다. 향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망라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연계하는 한편 고도화된 분석 기법과 솔루션을 구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노션월드와이드는 지난해 12월 ‘디지털 커맨드 센터(Digital Command Center, 이하 DCC)’를 출범, 빅데이터 분석 기반의 토탈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노션 DCC는 실시간 온라인 평판 모니터링을 통한 이슈 및 성과 분석, 소셜 버즈 분석을 통한 트렌드 리포트 발간 외에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방향성과 프로모션 아이디어 도출을 위한 다양한 분석 서비스와 전략 등을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말 DCC가 발표한 ‘직장인 나홀로 소비’에 소개된 ‘혼술족’은 2016년 트렌드 키워드로 자리 잡았으며, 올해 초 집방 트렌드를 앞서 제시한 ‘생애주기별 인테리어’와 ‘바나나 소비의 진화’, ‘국내 서핑 트렌드’, ‘전통문화의 변신’, ‘취준생 트렌드’ 등의 월간 트렌드들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노션 관계자는 “DCC는 모바일, 웹, 광고 등 다양한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는 연계 분석 역량을 강화해 수주 경쟁력과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데 더욱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HS애드는 지난 9월초 빅데이터인사이트연구소를 출범시키고 빅데이터 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이 회사는 1991년 업계 최초로 소비자 대상 소비자 의식조사를 실시할 정도로 소비자 인사이트 연구에 앞서왔다. 온라인 상의 버즈를 분석해 소비자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클라이언트 마케팅 제안에 활용하기 위해 소셜미디어 분석 시스템(SMA)을 운영하고 있으며, 트렌드 분석 결과를 ‘빅데이터 인사이트 리포트’라는 이름으로 매달 발간하며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HS애드는 매장 마케팅 대행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LG의 주요 해외 매장을 구글 맵과 연동, 매장 내 광고주 제품의 진열 환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모바일 앱 ‘메이븐(Maven)’과 쇼퍼의 매장 내 행동 데이터를 디지털 기술로 수집·분석하는 디지털 쇼퍼 조사 툴킷 ‘링크트 리서치(Linked Research)’ 등을 통해 리테일 업무 전 과정을 시스템화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인사이트연구소 출범을 계기로 빅데이터 분석 역량은 한층 더 강화할 전망이다. 기존에 광고대행사들이 소비자 인사이트를 찾는 데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서 브랜드에 대한 우호적인 행동 유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략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박민호 HS애드 빅데이터인사이트연구소장은 “기본적으로 광고주들은 자신의 물건을 살 사람을 정확하게 포커싱해서 광고하는 솔루션을 원하고,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러한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정확도가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연구소의 설립 취지에 대해 박 소장은 “광고주 서비스라는 차원에서는 광고주한테 효율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이 연구가 선결돼야 하고, HS애드 입장에서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회사 성장 관점에서도 발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선제적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