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차원에서 총 6개사로 분할을 결정한 현대중공업이 앞으로 재무부담은 줄겠지만 알짜 사업 부문도 같이 분리 독립하며 현금 창출 능력이 다소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분할 이후 주가가 단기적으로 호재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신용평가는 18일 현대중공업에 대해 분할 후 채무상환 능력에 미칠 영향은 가변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유건 실장은 “현대중공업의 차입금 총 7조3,000억원 중 약 3조4,000억원을 신설법인으로 이전할 예정”이라며 “순차입금은 2조1,000억원으로 줄고 부채비율도 106%에서 96%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사업적으로는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의 불황 속에서 이익창출 능력을 보완하던 전기전자와 건설장비 부문의 인적분할로 이익 기반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됐다. 또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91%를 신설법인인 현대로보틱스로 이전하는 것도 재무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한신평은 전망했다. 장부가액 3조원에 이르는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활용한 유동성 확보가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신평은 또 이번 인적분할로 신규 순환출자 구조가 형성돼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지분매각이나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그룹의 모태사업 격인 조선·해양부문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지원 중이며 수익성이 좋은 엔진부문이 존속법인에 남았고 계열사 주식과 유휴 부동산 등 우량자산이 많아서 현금 창출력에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 15일 조선·해양·엔진 등을 담당하는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인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가칭·전기전자), 현대건설기계(가칭·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가칭·로봇·투자)로 인적분할한다고 공시했다. 또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와 서비스 부문을 각각 물적 분할해 현대중공업은 총 6개사로 나눠진다. 현대중공업 주가는 지난 15일 분할 공시 후 이틀 동안 7.84% 상승했다가 18일 차익매물이 쏟아지면서 0.63% 하락한 15만7,000원에 마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이 인적 분할로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부채를 줄이기 위해 매물로 내놓은 하이투자증권의 매각은 중단될 것으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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