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연말 13억 달러 규모의 선박 건조 계약을 한꺼번에 따냈다. 이 가운데 7억 달러는 지난 1월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의 첫 선박 발주 물량이다. 현대중공업은 무엇보다 이제 막 빗장 풀린 이란이 원유 등 지하자원 수출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번 수주를 통해 현지 선박 건조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9일 서울 계동 사옥에서 이란 선사인 이리슬사(社)와 1만4,500TEU(1TEU는 20피트 크기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4척과 4만9,000톤급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6척 등 총 10척에 대한 선박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컨테이너선은 현대중공업에서, 석유화학 운반선은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될 예정이다. 건조가 완료된 선박은 오는 2018년 2·4분기부터 차례로 발주처에 인도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란에서 발주되는 첫 선박 수주에 성공해 시장을 선점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올해 초 경제 제재가 풀리면서 원유와 가스 등 풍부한 자원을 해외로 실어나르기 위한 선박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조선업계가 이란의 선박 건조 발주 물량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수주와 함께 이리슬사의 요청에 따라 이란의 조선산업 발전을 위해 현지 조선소들과 기술 협력 등의 지원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국왕 이름을 딴 5조원짜리 조선소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중동(中東) 시장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란에서 7억 달러 어치 상선을 수주한 것 말고도 최근 방위사업청과 해양경비안전본부로부터 3,000톤급 잠수함과 경비함 등 총 7,000억원 규모의 계약도 수주했다고 밝혔다. 경비함은 오는 2020년, 잠수함은 2023년에 인도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수주로 특수선 부분에서만 1조6,000억원의 수주 기록을 세웠다.
해양 플랜트를 제외한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부분(중공업·미포·삼호)에서의 수주액은 37억 달러로 늘었다. 현대중공업은 당초 올해 조선 부분 수주 목표를 155억 달러로 설정했지만 지금까지의 누적 수주 실적 등을 고려한 끝에 지난달 56억 달러로 내려 잡았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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