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신한·KEB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이 올해 들어서만 국내 영업점을 158개나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채널 확대에 따라 소비자의 은행 이용 행태가 급속히 변해가고 있는 가운데 은행 영업점 통폐합 바람은 내년에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은 영업점 통폐합과 함께 유휴 인력을 줄이기 위해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인력 구조조정도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지난 12일 주요 은행 8곳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이사회를 통해 의결하면서 사측이 내년에는 은행원들의 월급통장에도 본격적으로 칼을 들이댈 것으로 관측된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11월 말 현재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 등 국내 대형 4대 은행의 영업점(출장소 포함)은 총 3,769개로 지난해 말(3,927개) 대비 158개가 줄어들었다. 1,000개에 가까운 영업점을 보유해왔던 대형 은행들이 영업점 다이어트를 가속화하면서 내년에도 4대 은행 통틀어 100~200여개가량의 영업점을 줄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영업점 통폐합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된 KEB하나은행이다. KEB하나은행은 옛 하나와 외환의 인근 점포를 통폐합하면서 총 65개 영업점을 줄였다. KEB하나은행은 내년에도 50개가량의 영업점 통폐합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영화를 앞둔 우리은행 역시 영업점을 53개나 줄이며 군살을 뺐다. 이 밖에 신한은행도 영업점이 899개에서 871개로 28개가 줄었고 국민은행도 12개 영업점을 통폐합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국내에서 900개 이상의 영업점을 보유한 은행은 KB국민은행과 농협은행만 남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들은 영업점 통폐합과 맞물려 인력 구조조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은행 영업점을 1개 줄일 때마다 10명 이상의 유휴인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올해 거둔 수익 가운데 상당수를 퇴직비용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국내 최대 은행은 KB국민은행은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오는 19일부터 22일까지 희망퇴직을 시행한다. 대상자가 3,000명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희망퇴직에 연령제한을 따로 두지 않아 신청자격을 45세 이상으로 제한한 지난해보다 퇴직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은행 등도 희망퇴직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퇴직 조건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은행들은 그러나 국내 영업점을 줄이는 반면 해외에서는 꾸준히 영업점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해외 점포를 지난해 말 205개에서 11월 말 237개로 32개나 늘렸다. KEB 하나은행도 인도네시아 등을 중심으로 해외 점포를 12개 늘렸다. 은행들은 국내에서 영업점 축소 등을 통해 최대한 비용 절감을 하면서 해외 수익 비중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한편 주요 은행 8곳이 이달 12일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하면서 내년에는 임금 구조개편 등을 놓고 은행 경영진과 노동조합 간의 첨예한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은행들의 초임은 연 5,000만원 수준으로 삼성전자보다 높고 인력구조도 항아리형인 곳이 많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들의 이익 대비 인건비 비중은 지난해 27% 수준까지 올라선 것으로 파악됐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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