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6,000년 문물을 만나다=삼청로 학고재갤러리가 ‘꽃봉오리를 머금고 씹어 꿀맛까지 보자’는 뜻의 ‘함영저화’라는 제목으로 국내 상업갤러리 최초의 대규모 중국 고대문물전을 열고 있다. 우리 전통의 원류가 중국 고대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만큼 그 문화의 실체를 엿보자는 의도다. 기원전 4,000년 전인 신석기 하가점문화의 유물로 추정되는 ‘채회 삼족 도격’은 발이 3개인 독특한 기형에 현대미술을 보는 듯한 추상적 문양이 인상적이다. 홍·백·황색의 채색까지 어우러져 명품브랜드의 스카프를 보는 듯하다. 첨단의 미의식도 과거의 뿌리를 벗어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신석기 유물인 ‘홍산문화 옥인수패’는 작지만 정교하게 사람의 얼굴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오래된 유물이다. 촛불처럼 몸을 세우고 선 단아한 여인 형상의 옥패는 1~3세기경 동한(東漢)시대 복식을 보여준다. 새끼손가락보다도 작지만 최근 홍콩 경매에서 5억원대에 거래될 정도로 소장가들의 애호대상이다. 무령왕릉의 출토 유물과 유사한 한나라의 청동거울, 고려청자를 태동케 한 ‘원시 청자’ 형태의 2~3세기 절강성 월요 청자와 9~10세기 도자기, 분청사기의 조상쯤으로 짐작되는 요나라 시대 적봉요의 ‘백지흑채 척화모란문 매병’ 등은 우리 문화와의 연관성이 드러낸다. 특히 중국의 문인들은 벼루·연적·붓꽂이 등 문방구류에 애착을 가졌는데, 청화백자로 첩첩산중을 유려하게 펼쳐놓은 원대 ‘신화고사 필산’은 붓을 올려놓는 단순한 용도지만 6억원 이상에 거래된다. 금처럼 샛노랗지만 금보다 20~30배나 비싼 전황석 인장, 닭피같은 문양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상서로운 기운처럼 여겨지는 계혈석 인장도 명품들이다. 전시장 초입에서는 뼈가 다 드러난 앙상한 수행자가 더없이 평온한 미소로 관객을 맞는다. 머리 위쪽과 옷깃 등 부분적으로만 유약을 바르고 나머지는 백토를 그대로 굽는 남송~원대 기법이 잘 드러난다. 대만에서 활동하는 중국문물 전문가 박외종 씨의 자문으로 엄선한 총 131점의 출품된 전시를 두고 ‘고궁박물관의 축소판’이라는 평이 따르고 있다. 20일까지 열 계획이던 전시지만 관심이 뜨거워 내년 1월 25일까지 연장됐다. (02)720-1524~6
◇중국 부럽지않은 한국 미감=중국 못지않은 고유성을 가진 우리 전통 공예품의 가치를 발견한 이는 미술사학자인 혜곡 최순우(1916~1984)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었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등 저서로 유명한 그가 지난 1975년 기획한 ‘한국민예미술대전’은 민예품을 국립박물관에서 선보인 ‘혁명적’ 전시였으며 고물단지에 불과했던 골동품을 ‘고미술품’으로 보게 한 계기였다. 당시 전시에 기반해 꾸린 ‘혜곡 최순우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전:조선공예의 아름다움’이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15일 개막해 내년 2월5일까지 열린다. 조선시대 공예품 463종 총 656점을 선보이는 초대형 전시다. 소뿔을 펴서 양면을 갈아낸 투명판에 석채로 그림을 그린 화각 공예품인 18세기 ‘화각장생문함’은 화려한 장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종이를 꽂아 보관하고자 만든 ‘죽제지통’에 해·잉어·소나무·기러기 등을 정교하게 음각한 작품은 정교한 우리 손재주의 근본을 더듬게 한다. 화려하지만 과하지 않은 문양, 군더더기 없는 단아함으로 현대적 디자인 감각에도 뒤지지 않는 각종 공예품이 감탄을 자아낸다. 전시는 사랑방·규방·주방 등 사용된 공간별로 구성됐다. (02)720-1054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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