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해운업 구조조정이 실패하면서 수출 대한민국호(號)의 핵심 노선을 외국에 넘긴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15일 글로벌 해상무역 데이터 제공 업체인 피어스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지난 11월 미주노선에서 주(週)당 평균 239TEU(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컨테이너를 실어 날랐다.
이는 전년동기의 2만355TEU와 비교해 99% 감소한 수치다. 한진해운은 9월 법정관리 돌입 이후 전 세계 곳곳에서 선박이 볼모로 잡혀 제대로 된 영업을 하지 못했다. 같은 기간 미주노선 점유율은 7.3%에서 0.1% 이하로 수직 급감했다.
한진해운에서 빠져나온 물량은 머스크와 MSC가 나눠 가졌다.
머스크의 경우 지난해 11월에는 미주노선에서 주당 2만2,756TEU의 물동량을 기록했으나 한진해운이 난파한 올 11월에는 3만890TEU로 35.7% 늘었다.
MSC 역시 같은 기간 주당 평균 1만8,130TEU에서 2만7,146TEU로 물동량이 49.7%나 뛰었다. 단순 계산하면 한진해운의 감소 물동량(2만116TEU) 대부분을 머스크(8,134TEU)와 MSC(9,016TEU)가 각각 나눠 가진 셈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머스크와 MSC는 치킨게임의 승자가 됐고 한진해운은 패자가 됐다”며 “경쟁자 감소의 열매를 승자가 독식하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머스크와 MSC가 맺은 해운동맹인 2M에 가까스로 합류한 현대상선도 이 기간 미주노선에서 물동량을 늘렸다. 주당 평균 1만3,267TEU이던 물동량이 1만9,237TEU로 45% 증가했다.
하지만 현대상선의 경우 당분간 내실 다지기에 집중해 덩치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최후의 승자는 2M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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