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에 비유되는 대기업 취업 문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조선·해운 등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대기업들이 채용을 줄인 탓이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300인 이상 기업(대기업) 취업자는 247만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43만7,000명보다 불과 3만7,000명 늘었다. 10월에도 같은 기간 3만6,000명 늘어나는 데 그치는 등 2개월 연속 3만명대 증가에 머물렀다.
이 같은 취업자 증가폭은 8,000명이 감소한 2015년 5월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대기업 취업자는 전년동월 대비 17만명 급증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6월에 전년동월 대비 14만2,000명이 늘어나는 등 10만명대 증가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7월 8만9,000명으로 급감한 뒤 8월 4만6,000명, 9월 4만5,000명으로 꺾였고 이후에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대기업 취업자 증가세가 둔화된 것은 기업들이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투자를 줄이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미래가 불안하다 보니 투자도 고용도 늘릴 수 없는 것이다. 본격화되고 있는 조선·해운업종 대기업이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줄이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대기업의 상당수는 신입사원보다 경력사원을 채용하는 추세다. 신입사원을 뽑으면 1~2년간 적지 않은 교육비용을 써야 하는 만큼 꼭 필요한 소수의 경력사원을 뽑아 바로 업무에 투입하자는 분위기다.
반면 1인 기업과 소기업의 취업자 증가폭은 대기업과 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11월 1~4인 기업 취업자는 980만8,000명으로 전년동월의 976만 2,000명 대비 4만6,000명 증가했다. 직전 달인 10월은 전년동월 대비 1만8,000명이 줄었다. 2015년 1월(-10만1,000명)부터 22개월 연속 마이너스였던 취업자 증가폭은 11월 플러스로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300인 이상 기업의 고용이 줄고 미만 사업장의 고용이 늘어나는 추세가 우리 사회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노동시장은 기업 규모에 따라 임금·복지 수준이 현격하게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전병유 한신대 교수의 ‘기업 규모 및 원하청에 따른 노동 일터의 격차와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성·연령·근속연수 등이 같다고 가정할 때 300인 이상 기업 종사자는 1~4인 사업체 근로자보다 지난해 기준 43% 정도의 임금을 더 받고 있다. 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에 모두 가입된 근로자 비율도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는 95.0%에 달하지만 1~9인 사업체는 40.8%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대기업 일자리 증가세 둔화는 곧 질 좋은 일자리 감소를 의미한다”며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투자로 연결돼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유망산업 위주로 연구개발(R&D)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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