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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내년 '방패경영']"내실 다지기로 퍼펙트스톰 대비"...대기업 '先방어 後공격' 전략

동시다발 악재에 재무건전성 주력후 투자 엿보기

삼성·SK하이닉스 등 선제 투자계획 수정 불가피

현대차, KAI 대주주도 포기하고 "자동차에 집중"

SK이노 차입금 줄여 언제든 투자 가능한 구조로





재계는 내년도 경영환경을 ‘퍼펙트 스톰’에 빗댈 정도로 우려하고 있다. 경영 관리의 기본인 환율과 유가가 급변동하고 있는 가운데 최순실 국정농단 여파로 내년 조기 대선이 기정사실화되면서 법인세 인상과 같은 메가톤급 악재마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올 가능성이 큰 탓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경기 회복 열차에 한국만 올라타지 못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10대 그룹에 속한 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는 26일 “내년 경영을 생각하면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처럼 불확실성이 크다”며 “기본적으로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투자 및 고용 전략을 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도 당분간 공격보다는 방어 위주의 경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국내 정치에 발목 잡힌 선제 투자=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기 전만 해도 국내 전자업계에는 미래 성장에 대비한 선제적 투자 바람이 일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선언한 미국 자동차 전장 전문기업 하만 인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이 하만 인수에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를 쏟아 붓겠다고 발표하자 재계에서는 “이재용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행보”라는 반응이 나왔다. 동시에 이 부회장이 미래성장동력으로 직접 점찍은 전장 사업에 대한 후속 투자가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70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현금 보유액을 앞세워 자동차 시장에서 투자처를 물색해왔다.

하지만 삼성이 최순실 사태의 핵심 당사자 의혹을 받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부회장은 특검의 출국금지 조치로 내년 초까지 해외 출장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의 하만 인수는 국내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빅딜’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하만의 주주들과 투자운용사들을 만나 이번 딜을 마무리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최전방에서 뛰어야 할 이 부회장의 발이 묶이면서 삼성의 경영 청사진에 불확실성이 생겼다. 삼성 관계자는 “안정적 재무구조를 유지하면서 추가적인 M&A 등 투자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최근 충북 청주 공장에 2조2,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향후 10년간 46조원에 이르는 장기 투자 계획을 내놨지만 최순실 사태 여파에 따라 투자 계획이 축소 내지 변경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처지다.

◇선(先) 방어, 후(後) 공격 경영 나선다=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내년에도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성 개선 및 재무구조 건전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환율·금리·유가가 동시에 오르는 등 거시경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차입금 상환에 주력해 체력을 기르면서 투자 기회를 엿보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4.85%를 전량 매각해 3,000억원가량의 실탄을 확보했다. 15조원에 이르는 현금을 곳간에 쌓아두고 있지만 자동차 산업에 집중할 때라는 판단 아래 KAI 대주주 자리를 포기한 것이다. 현대차는 올 들어 무너진 내수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인 친환경, 자율주행차 연구개발(R&D)에 재원을 투자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몇 년 동안 ‘허리띠 졸라매기’에 성공해 언제든 대규모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유연한 재무구조를 만들었다. 지난 2014년 7조8,542억원까지 치솟았던 순차입금을 불과 2년도 안 돼 1조1,059억(2016년 3·4분기 기준)까지 끌어내렸다. 올해 울산컴플렉스·SK인천석유화학 등에 대한 동시 다발적 정기보수까지 실시해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가운데서도 연간 사상 최대 영업익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을 정도다.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 취임 이후 철강사업 본원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대전제 아래 한계 사업을 정리하는 구조조정에 나서 부채비율(연결기준)을 70.4%까지 하향 조정했고 폐업 위기에서 가까스로 회생한 현대상선은 유창근 사장 체제 전환 후 “2018년까지는 일단 생존에 힘쓴다”는 전략을 세웠다.

/서일범·강도원·이종혁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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