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13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그는 지난 5일 신년회를 겸한 기자간담회에서 “(취임 초기부터) 리스크가 많았다. 취임사에서 백병전을 불사하겠다고 했는데 진짜 백병전을 한 것 같다”며 “경제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는데 경제지표들이 뚜렷하게 좋은 것이 없어서 많이 아쉽다”고 소회를 밝혔다.
사실 유일호 경제팀은 지난 1년간 현상 유지에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았고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인 내부 요인으로 잠재성장률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11조원대의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면서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애썼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정국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쳐지면서 경기는 떨어지고 있다.
유 경제부총리 취임 직전인 2015년 4·4분기에 3.1%(전년 대비)였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3·4분기 현재 2.6%로 떨어졌다. 곧 발표되는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은 더욱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진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울 카드가 만만찮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4%, 민간 연구원들은 2%대 초반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수를 지탱할 소비도 잔뜩 움츠러들었다. 소비 여력 감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여기에 김영란법 시행 여파까지 겹치면서 지갑은 닫혔다.
가계부채는 폭증했다. 2015년 4·4분기 1,203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3·4분기에는 1,295조8,000억원으로 1,3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체질개선도 지지부진하다. 유 부총리는 지난해 4대 구조개혁과 함께 신산업 육성 및 취약업종 기업 구조조정, 하반기에는 규제프리존특별법 통과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추진했다. 그러나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노동4법 개정안과 규제프리존특별법은 국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고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역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 상황은 유 부총리 자신의 모호한 화법과 스타일과 맞물려 컨트롤타워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다만 대외 리스크 관리는 어느 정도 성과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6월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8월 한국의 신용등급을 오히려 ‘AA-’에서 ‘AA’로 올렸다. 무디스·피치 등도 안정적 등급을 유지하는 등 역대 최고 수준의 신용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대통령 탄핵 이후 유 부총리의 모습이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다. 기재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부총리로서) 일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라며 “100m 달리기에서 50m가 남은 만큼 전력질주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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